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지난 23, 24일 양일간 대구를 방문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1999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동 방문 당시 영국 측 실무 담당자였고, 부인인 김영기 여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대구경북지역과 인연이 깊은 외교 인사다. 크룩스 대사는 이틀 동안 경북대 강연과 대구테크노파크 방문,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만남 등을 통해 대구경북지역과의 경제·문화 교류에 대한 많은 교감을 나눴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23일 대구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 본사를 방문했다. 크룩스 대사는 "대구경북지역도 영국만큼 혁신을 추구하는 곳"이라며 "다양한 교류를 통해 경제·문화적 혜택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크룩스 대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 최근 전국의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알고 싶다.
▶대구와 영국의 경제교류를 통해서 양 지역 간의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내려 한다. 대구테크노파크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대구지역 중소기업이 런던에서도 금융관련 도움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구는 '한국 경제기적의 탄생지'와 같은 곳이라 생각한다.
30년 전 대구에 왔을 때만해도 대구는 섬유 위주의 산업이었지만 지금은 AI, 반도체, 로봇,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관련 기술 개발로 혁신을 추구하는 점이 영국과 비슷하다. 영국 또한 혁신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혜택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올해가 한‧영 수교 140주년이다. 영국에게 한국은 외교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나?
▶한국과 영국의 수교 역사는 상당히 자랑스러운 역사다. 6·25전쟁에서 영국은 8만명의 군인을 파병했고 그 중 1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당시에 전쟁에 참가했던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다시 와서 젊었을 때와 비교해 엄청나게 발전한 모습에 놀란다. 이 역사에 더해 이제는 미래 관계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양국의 번영, 경제 교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 영국이 역사·지리·문화·경제적으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나라지만 인권, 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 등 서로 함께 공유하는 기본 가치는 똑같다. 그래서 이를 통한 파트너십이 가능할 듯하다.

- 곧 한국과 영국 사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재협상을 통해 영국이 한국에 대해 원하는 부분과 대구경북지역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최초로 재협상을 진행하는 FTA다. 이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기회라고 본다. 특히 디지털 무역 관련 분야에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또 녹색 성장, 재생에너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노력을 함께 할 수 있겠고, 중소기업을 위한 혜택을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구경북지역이 AI혁신에 강점을 보이는 지역으로 알고 있다. 영국은 스타트업 기업의 천국이다. 좋은 혜택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영국을 직접 방문해서 상황과 기회를 찾았으면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금융 관련 분야는 꼭 눈여겨 볼 부분이다.
- 한국은 영국에게 무역파트너로써 어떤 매력이 있는가?
▶한국은 제조업과 중공업에 강하고 영국은 금융과 서비스, 설계, 혁신 분야에 강하다. 서로 보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영국은 설계가 가능하고 한국은 제조가 가능하다. 서로 교류한다면 영국에서 반도체를 설계하면 한국은 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 북한이 요즘 다양하게 남한에 대한 도발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영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보는가?
▶최근 한국이 오커스(AUKUS, 영국·미국·호주 안보협의체)와 잠재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커스는 지난 주에야 체결됐기에 아직 협력할 매커니즘이 없다. 다만, 영국, 미국, 호주 모두 한국과 친하기 때문에 협력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북한 위협에 대해 영국은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3D(억제(Deterence)·단념(Dissuasion)·대화(Dialogue)) 정책을 수행할 때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영국은 여전히 유엔군을 통해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고,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써 제재 이행에 여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임시 폐쇄된 상황이지만 북한에 대사관이 있는 유럽 국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대사관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영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대사로 근무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북한 사람들은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 '부자나라이지만 독립적인 나라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국이 누리는 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일해서 그런 것들을 이룩했는지도 모른다. 오해가 꽤 있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조용한 나라'라고 말하고 싶다.
- BTS가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이후 영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영국인들은 한국의 문화나 한국인들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사관에서는 블랙핑크를 좋아한다.(웃음) 영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의장국을 맡으면서 블랙핑크가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그 때 대사관을 자주 방문했던 인연이 있다. 3주 전 영국에 갔을 때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한류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한국 드라마부터 한복,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세트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한류의 많은 인기를 실감했다. 30년 전 한국어 배울 때 주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바뀐 분위기를 실감한다.

-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 안동 방문 때 실무자로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봤을 때 대구경북지역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지난해부터 대사로 부임했을 때도 안동을 찾았다. 하회마을도 찾았고 25년 전 당시 친해진 사람들도 만났다. 지난해 여왕 서거 때 여왕이 방문한 봉정사에서 49재 지내 준 것도 너무 감사했다. 오랜만에 안동에 오니 인프라나 외형은 많이 변했지만 문화와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식도 여전히 맛있었고 친절함도 여전했다. 좋은 것들이 여전해서 좋았다.
- 23일 오전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어떻게 느꼈는지?
▶개인적인 방문이었다. 주변 이슬람교 신자들과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들의 입장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긍정적으로 봤다. 영국은 종교의 자유는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그리고 한국과 영국 모두 종교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다. 그런 점들이 해결에 고려됐으면 한다.
- 엘리자베스 2세 처럼 찰스 3세 국왕도 한국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을까?
▶아직 여왕이 서거한 지 1년이 안 됐고 대관식도 아직 안 치렀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안동은 언제나 왕실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다.
- 앞으로 영국과 교류하게 될 대구경북지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영국도 대구경북지역처럼 문화와 전통이 있는 나라다. 긴 역사도 있지만 그만큼 변화와 혁신도 추구하는 나라다. 또 찾아오기 좋고 공부하기에도 좋은 나라다. 많이 방문해서 친구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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