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검수완박법 절차상 문제 인정하면서도 유효하다는 헌재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가 국회의원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재판관 5대 4로 인정했다. 반면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각각 4대 5로 모두 기각했다.

검수완박법 추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민형배 의원 '꼼수 탈당' 등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장이 표결에 바로 부쳐 가결을 선포했다. 헌재는 이를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 등 위반으로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을 가결한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어 법 효력이 있다고 판결했다.

민주주의 근간이자 그 근간을 지키는 것은 인권과 다수결, 절차상의 적법성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수완박법'이 경찰관의 부실 수사와 소극 수사, 인권침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는 본질적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절차상에 하자가 있었음에도 일단 법이 통과가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패하자 거대 의석을 앞세워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입법을 밀어붙였다. 정권을 내준 뒤 집권 시절 범법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틀어막으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수의 횡포를 지적하고, 위헌적 입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 헌재이다. 하지만 헌재는 거대 정당의 '입법권 사유화' 행태를 바로잡기는커녕 면죄부를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법원은 다수의 소리에 편승하고, 이념적으로 경도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의 힘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제동 걸 수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헌재는 민주주의 원칙을 수호하는 최후 보루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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