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도형 체포에 美검찰 기소까지…처벌 가능성은?

형사처벌은 미지수
민사소송 줄줄이…천문학적 배상 가능성

테라·루나 코인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가운데 우리나라 검찰은 물론 미국 검찰까지 그를 기소해 처벌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필립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한국의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문 등을 통해 해당 인물이 권도형임이 확인됐다.

권도형은 테라폼랩스 초기 창립 멤버인 한모씨와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권도형은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하는 회사인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테라는 루나와 교환을 통해 달러 등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지난해 5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99% 이상 가격이 떨어지는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권도형은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싱가포르 정부의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우리 검찰은 권도형이 의도적으로 시세조종을 해 가상화폐 투자자에게 50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는 폭락 사태 한 달 전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두바이를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했다.

권도형의 소재가 불분명해지자 인터폴은 지난해 9월 적색수배 대상에 올렸고 11월에는 여권이 무효화됐다.

권도형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 검찰은 곧바로 증권사기, 상품사기, 전신사기 등 모두 8가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앞서 미국의 증권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약 한달 전 그를 정식 고소했었다.

싱가포르 경찰의 수사 소식도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싱가포르 경찰로부터 권도형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당국의 수사 상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권도형이 체포됐지만 실제 형사 처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형사 책임을 물으려면 권도형이 의도적으로 투자자를 속였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사 소송은 입증 책임이 가볍기 때문에 금전적 배상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국 전직 연방검사 등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냈다.

이미 상당수 국내 피해자들이 권도형과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피해자들의 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테라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최소 400억 달러(약 5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어 권도형이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해야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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