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인류의 아름다움 보여준 경찰관과 식당 종업원

대구시 서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경찰관들이 치매 노인을 발견해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낸 이야기가 화제다. 식사 중이던 경찰관들은 주문한 음식이 나와도 먹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는 노인을 보았다.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인다. 노인이 국밥을 앞에 두고도 식사를 하지 않자 식당 직원이 다가와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 준다. 노인이 마스크를 완전히 벗지도 않은 채 밥을 먹으려 하자 또 다른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벗겨 준다. 식사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경찰들은 '치매 어르신이 길을 잃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순간 식당에서 본 노인을 떠올렸고, 곧장 식당으로 돌아와 노인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얼마 후 보호자가 달려와 노인을 껴안았다. 이 내용은 이달 초 촬영된 식당 CCTV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악마도 천사도 디테일(detail)에 있다고 한다. 작은 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고 하지만, 주문한 음식이 나와도 먹지 않는 노인을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았다면 '당연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치매 노인과 가족들의 불안하고 절망적인 시간은 길었을 것이다.

치매 노인의 식사를 정성껏 보살핀 식당 종업원들의 태도 또한 감동적이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운동능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의학이 아직 통제하지 못하는 질병도 많다. 평범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인류가 아직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를 긍정하고, 서로 알뜰히 보살피는 것이다. 미숙함, 늙고 병듦, 실수 등 누군가의 위기를 나, 또는 내 가족과는 무관한 일로 간주한다면 사람 간의 '단절'을 자초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나약한 인류가 지구상 모든 동물 중 최강일 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협력하는 힘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관심 있게 노인을 바라보고 신속하게 대처한 경찰들과 걱정하는 마음으로 치매 노인의 식사를 도운 식당 종업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나운 발톱과 두꺼운 피부는 없지만 인류가 얼마나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를 그들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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