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진 의원의 반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3월 22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난데없이 행안위원장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회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 허락 없이 이석하는 (선관위) 사무총장은 처음 봅니다.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데, 이석을 해요?" "국회를 뭘로 보는 거예요, 지금! 어디서 배워 먹은 거야? 선관위는 이렇게 국회를 무시합니까?" 회의 중 이석하려는 선관위 고위직 공무원을 몰아붙이는 기세는 급기야 과장에 대한 국회 출입금지 조치로 이어졌다. "(기획재정과장은) 국회 출입 안 됩니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 중진 의원의 호통이 들렸다. "어디 그런 법이 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네! 어디서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 국회 수석 전문위원을 반말조로 몰아붙이는 모습이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는 동료 의원이 나서자 "다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 아닙니까? 초선 의원은 가만히 있어요! 에이씨 진짜!"라며 동료 의원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몸싸움과 욕설 등의 구태로 점철해 온 '동물 국회'를 방지하고자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는 국회가 다시 예전 국회로 되돌아갔다. 대표적 운동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우상호 의원과 윤핵관 좌장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갑질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5선 중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자청, ▷비례대표 폐지 및 의원 정수 100명 축소 ▷불체포특권 등 의원 특권 폐지를 주장했다. 국회가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꼼수로 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방안에 반기를 든 중진 의원의 직격탄이었다. "독일도 국회의원 정수 100명을 감축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위선적인 처사다."

달라도 너무 다른 5선 중진의 처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해 연일 날 선 비판을 하는 이상민 의원도 5선이다.

여의도에선 '국회의원은 당선되는 순간, 재선을 꿈꾼다'는 속담이 나돈다. 재선은 삼선을 준비한다고 한다. 국회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표현한 것이지만 그런 그들 눈에 국민이 두려울 리가 없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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