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재명 대표의 당직 개편, 자신이 처한 위기 모면 꼼수로 보일 뿐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기 돌파 시도는 한일 정상회담 비판 대정부 공세,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 당 인적 쇄신 등 세 가지로 집약된다. 이 대표는 지난주 울산에서 검찰의 불구속 기소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 및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이번 주에는 당 내홍 사태의 해소 방안으로 거론됐던 당직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퇴진론에 직면해 있다. 검찰 기소로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진 데다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를 이 대표에게 적용하면서 퇴진 주장에 더 힘이 실린 형국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직 유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거취 정리는 이를수록 좋다"고 했다. 역대 야당 대표 중 이렇게 강도 높은 퇴진 요구를 받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금껏 이 대표는 인상적인 당 쇄신책을 내놓거나 당내 신뢰를 회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명계만 바라보며 대표 자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당직 개편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칠 개연성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퇴진론을 누그러뜨리려는 꼼수에서 당직 개편을 하는 것이어서 당 쇄신은 물론 국민 지지도 얻기 힘들다.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대표는 한일 정상회담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지점이라고 판단한 듯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민생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안보와 경제, 국제 정세를 도외시한 도 넘은 반일·반윤석열 몰이,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가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당직 개편을 통한 인적 쇄신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 대표가 고민할 것은 법정에서 자신의 유무죄를 다투면서 야당 대표로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게 가능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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