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호국 영웅 추모·예우에는 여야가 없어야 정상 국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북한 도발을 막다가 희생된 전사자 5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추모했다. 이 같은 롤콜(roll-call) 방식의 추모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 첫마디를 떼다가 울먹이며 26초간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또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서해 도발의 주범 북한은 핵(核) 무인 수중공격정 '해일'을 완성해 최종 개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핵탄두를 장착한 수중 드론을 물속에서 폭발시켜 방사능에 오염된 '핵 쓰나미'를 만들어서 부산·진해 등 한국의 주요 해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4분여의 짧은 기념사에서 6번이나 언급한 '북한의 도발'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이처럼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출동했지만, 거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군 출신 김병주 의원이 대표 대리로 참석하며 면피에 급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울산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서해수호의 날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2016년부터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도적'으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을 회피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 출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5년 동안 단 2번만, 그것도 선거가 있는 해에 맞춰 기념식에 참석한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참석한 기념식에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있는데 북한에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느냐"는 유족들의 울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호국 영령들을 외면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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