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100년] 잊을 만하면 불, 대형 화재와 '악연'… 현대식 시장으로 재탄생

대형 화재와의 악연…1950년 이후 재산 피해 1억원 이상 화재만 10차례 이상 기록
대화재 겪은 2지구 7년 만에 재건, 4지구는 2026년 복구 목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정비사업조합이 지난 2016년 11월 화마를 겪은 4지구 상가 복구를 위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3시쯤 서문시장 4지구 경계에 천막이 둘러진 모습. 정은빈 기자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정비사업조합이 지난 2016년 11월 화마를 겪은 4지구 상가 복구를 위해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3시쯤 서문시장 4지구 경계에 천막이 둘러진 모습. 정은빈 기자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선 당시의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서문시장과 화재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1개 지구 전체를 몽땅 태울 정도로 큰불이 여러 번 났던 탓이다. 반복해 일어난 대형 화재는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서문시장 위세가 지금과 같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반대로 복구 작업 과정에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시장 구성원이 많고, 의견도 다양한 만큼 통상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데도 하세월이 걸리는 시장의 특성을 극복, 급격하게 변할 수 있게 된 계기가 화재였다는 해석 때문이다. 2005년 대화재 아픔을 견뎌낸 2지구에는 그 전보다 젊은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2016년 화마를 겪은 4지구는 새얼굴로 치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 1억원 이상 피해만 10번 이상

서문시장에서는 잊을 만하면 크고 작은 불이 났다. 1950년 이후 재산 피해 1억원 이상으로 기록된 화재 사고만 10차례를 넘길 정도다.

1952년은 2월과 12월, 시장에 두 번이나 불이 난 해다. 2월 24일 양초가 넘어져 발생한 화재로 시장 전체에 가까운 점포 4천200곳이 잿더미가 됐고, 10개월 뒤인 12월 26일에는 화롯불에서 불이 번져 점포 400여 곳이 까맣게 탔다.

1975년 11월 20일 담뱃불에서 시작한 불길이 4지구를 집어삼켜 점포 1천900개가 소실됐고, 이듬해 12월 17일에는 성냥불로 인한 불에 3지구 점포 650여 곳이 탔다.

2005년에는 2지구에 화마가 덮쳤다. 12월 29일 전기 합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로 2지구 점포 대부분인 1천여 곳이 재가 됐다. 재산 피해는 소방서 추산 186억원 상당에 달했다. 2016년 11월 30일에는 4지구 점포 679곳(재산 피해 469억원 추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참사가 났다.

사고는 날씨가 건조해지는 겨울철에 집중됐다. 화재 규모가 클수록 원인을 알아내기 힘든 만큼 끝내 화인을 밝히지 못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난로, 성냥불 같은 난방 수단 취급 부주의 혹은 전기적 요인으로 조사됐다.

대구 서문시장 2지구. 매일신문DB
대구 서문시장 2지구. 매일신문DB

◆ 서문시장 2지구 7년 거쳐 재탄생

2005년 화재로 스러진 서문시장 2지구는 7년을 거쳐 재탄생했다. 새 상가는 주차장, 승강장,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과 함께 방화벽, 화재 비상 시스템과 같은 안전장치를 갖추면서 시장 현대화의 표본이 됐다. 2지구 재건이 서문시장 공간구조가 현대식으로 변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2년 9월 2지구는 5천여㎡ 부지에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준공됐다. 1~4층은 점포 1천500여 개가 들어서도록 만들었고, 옥상 하늘공원과 200대 이상 수용 가능한 지하 주차장도 마련했다.

첨단 화재예방 시설도 갖췄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방화벽, 비상통로를 갖추고 24시간 화재 비상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비상 시 유독가스를 외부로 내보내고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제연·급배기 설비와 인명 대피를 위한 레이저 유도등을 구비했다.

화재 이후 서구 내당동 옛 롯데마트 자리로 터전을 옮겼던 2지구 상인들은 6년 9개월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당시 옷 장사를 하는 상인이 새로 유입되고 30, 40대 상인이 대폭 늘어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 시장 곳곳으로 흩어진 4지구 상인들

4지구는 2016년 불이 난 지 6년이 지나도록 복구 과정에 있다. 상가 재건 공사를 맡을 시공사를 선정 중인 상황이다.

새 상가 밑그림은 이미 나왔다. 4천735㎡ 부지에 들어설 건물은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2만9천933㎡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포 1천여 개가 입점할 수 있는 크기다.

완공 목표 시기는 2026년. 4지구 정비사업조합은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까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해 상가 건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4지구 재건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조합이 생기기 전에 4지구 복구사업을 주도한 재건축 추진위는 화재 1년 2개월 만인 2018년 1월 발족했다. 이후에도 새 건물 내 점포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등 공용공간을 두고 상인들이 갈등하면서 지지부진을 겪었다.

생계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대체 상가 '베네시움'과 노점상 등으로 흩어져 영업하고 있다. 원단과 의류, 침구류 취급 점포가 모여 있던 4지구 기존 상가는 2016년 11월 30일 화재로 30%가량 붕괴했고, 안전진단에서 사용 불가 상태인 E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2017년 철거했다.

김홍관 4지구 정비사업조합장은 "과거 경험이 있는 만큼 새로 지을 4지구는 만약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도록 최첨단 시설을 갖춰서 만들 것"이라며 "4지구를 중심으로 서문시장 전체에 활기를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