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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의사' 꿈꾸며 베란다서 공부하는 딸… 학원비 못 내 쫓겨날 판

돌아가신 아버지 빚 힘겹게 갚아나가는데 아내가 수년간 베트남으로 돈 빼돌려
이혼 후 딸 2명 홀로 열심히 키우다 건강 급격히 나빠져 막노동도 잘 안 시켜줘
학원비·월세 계속 밀려…열악한 상황 속 딸에게 "그만 자라" 말도 못해

지난 24일 밤 11시쯤 최억수(가명·56) 씨가 베란다에 마련한 공부방에서 밤늦게까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딸 정원(가명·16)이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4일 밤 11시쯤 최억수(가명·56) 씨가 베란다에 마련한 공부방에서 밤늦게까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딸 정원(가명·16)이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내 꿈은 의사야, 아빠."

큰딸 정원(가명·16)이 언젠가 스치듯 한 말이었다. 아빠처럼 아파도 가난해서 치료받기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런 기특한 딸의 말에 아버지 최억수(가명·56) 씨는 어색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입시의 '입'자도 모르는 억수 씨였지만, 부잣집 아이도 쉽게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딸에게 전폭적인 지원은커녕 어린 동생과 같은 방을 쓰게 해 제대로 된 공부방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어쩌다 동생이 정원의 공부를 방해해 자매가 싸우기라도 하면 모든 게 제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런 아버지의 복잡한 심경을 눈치챘는지 정원이는 억수 씨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좁은 베란다 구석에 판 하나를 설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공부방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공부방이 탄생했다. 그날 이후로 정원이네 빌라 4층 한 창문만 밤새 불이 꺼질 줄을 몰랐다.

◆아버지 빚 짊어진 채 힘들게 번 돈 아내가 수년간 해외로 빼돌려

경북 한 시골에서 태어나 대구에 있는 공고를 졸업한 억수 씨는 배관설비 관련 기술을 배워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수입은 들쭉날쭉했지만 혼자 벌어 먹고사는 덴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시골에 계시던 아버지가 폐암 판정을 받으신 이후 아버지 대신 농사를 짓기 위해 서른 후반쯤 귀향했다.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계신 와중에도 억수 씨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길 바라셨다. 마땅한 사람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바람이 너무 강했기에 억수 씨는 국제결혼 소개소를 찾았다. 베트남인인 아내와는 여기서 만났다. 아내와 2006년에 결혼식을 올렸고, 아버지는 이듬해 눈을 감으셨다.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6남매를 키우느라 아버지는 농협에 이래저래 빚을 많이 졌었다. 그 돈이 자그마치 4천만원에 달했다. 빚을 도무지 감당할 여력이 안 됐지만, 그렇다고 상속 포기를 하면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살아야 하는 어머니가 살 곳이 없어지게 됐다. 결국 억수 씨가 빚을 물려받았다. 이후 대구로 돌아와 값싼 월셋집을 전전하며 열심히 공사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빚을 갚아나갔다. 힘들게 사는 와중에도 아내와의 사이에서 두 딸 정원이, 윤지(가명·12)도 낳아 생전 아버지가 바랐던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그 '평범'은 어느 날 사소한 계기로 깨지게 된다. 억수 씨는 수익이 들어올 때마다 통장에 넣어두라며 아내에게 돈을 맡겨왔었다. 다음 날 공사 관련으로 돈이 갑자기 필요해져서, 억수 씨는 아내에게 통장에서 돈을 꺼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내는 뚜렷한 이유 없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바로 며칠 전 몇백만원을 줬는데 왜 못 주느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억수 씨는 아내를 추궁해 통장 내역을 찍어보게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통장엔 한 푼도 없었다. 알고 보니 아내는 통장과 연결돼 베트남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돈을 받는 족족 베트남에 있는 자신의 친정으로 빼돌리고 있었다. 그것도 수년간.

이후 아내에게 돈을 맡기지 않았고, 돈을 안 주니 아내는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결국 두 사람은 정원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혼했다. 정원이가 9살, 윤지가 5살 때부터 억수 씨는 홀로 두 딸을 키웠다. 공사 수익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 현장 일용직도 병행했다. 많이 버는 달엔 500만원, 적게 벌면 100만원밖에 못 벌었다. 아이들이 자라며 돈 들어갈 곳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에 공사든 노가다든 일이 생기면 닥치는 대로 도맡아 했다. 전 아내로부터 양육비라도 받았으면 적지만 보탬이 됐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혼 당시 전 아내가 매월 아이 1명당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전 아내는 자녀 양육비로 8년 동안 단 2회에 걸쳐 총 60만원밖에 보내지 않았다.

◆당뇨로 치아 다 빠져 막노동도 힘들어… 딸 학원비·월세 줄줄이 밀려

그렇게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억수 씨의 건강에 5년 전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원래 있었던 당뇨가 부쩍 심해져 이가 한 두 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밑에 6개, 위에 5개만 남겨 놓고 다 빠져버렸다.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 늘 값싼 라면을 죽처럼 푹 끓여 먹었다. 영양 섭취가 엉망이니 급격하게 쇠약해졌다. 힘을 못 쓰는 억수 씨를 써주는 현장도 차츰 줄었다. 결국 없는 형편에 거금 700만원을 들여 첫 번째 틀니를 맞췄다. 모아 놓은 돈을 거의 다 썼다.

갑자기 생긴 큰 지출에 허덕이고 있는데, 여기에 3년 전 코로나19까지 덮쳐왔다. 코로나로 설비 공사든, 건설현장이든 일거리가 급격히 줄어 생활은 더 쪼들려갔다. 현재 LH보증금지원사업으로 500만원의 보증금을 지원받아 월세 15만원짜리 10평 남짓한 방 2개짜리 빌라에서 세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빌라 꼭대기 층이라 여름엔 매우 덥고 겨울엔 몹시 춥지만, 냉난방비 걱정에 그저 정신력으로 버텨야 했다.

사실 억수 씨 자신이 아프고, 추운 건 상관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밝고 똑똑하게 잘 자라준 두 딸의 학업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갈까, 그게 가장 두려웠다. 특히 첫째 딸 정원이는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함께 방과 후 지역아동센터를 꼬박꼬박 다니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중학교 땐 전교 1등도 할 만큼 성적도 좋았다. 억수 씨는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서 매달 받는 정부보조금 93만원 중 40만원을 정원이 수학 학원비로 쓰고 있다. 그러나 두 달째 학원비가 밀린 상태라 다음 달도 학원비를 내지 못하면 학원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밀린 건 학원비뿐만이 아니다. 월세도 넉 달이나 밀려 이 집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억수 씨는 최근 건강이 더 안 좋아져 틀니를 새로 맞춰야 하지만 그럴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사전 치과 치료까지 다 합해 9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월세 15만원도 못 내는 현실에 틀니는 사치였다.

수학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딸은 곧바로 베란다 공부방으로 가서 책을 편다. 오늘도 자정 넘게 까지 공부를 할 심산이다.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하는 딸에게 인제 그만 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억수 씨는 조용히 말을 삼켰다. 이 열악한 베란다 공부방마저 뺏길까 벌벌 떠는 상황에,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런 잔소리뿐이란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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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형 빚보증 서줬다 감옥살이하며 이혼 당하고 두 번째 아내는 가출하는 바람에 혼자 아들 키우는데 아들 학폭 당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 날 위기인 문기훈 씨에게 2,947만원 전달

빚만 남기고 잠적한 셋째 형 때문에 감옥살이하고 첫 번째 아내한테 이혼 당한 뒤 두 번째 아내도 가출해 혼자 중학생 아들 키우는데 아들 학폭 당하고 살고 있는 집에서도 곧 쫓겨 날 예정이라 300만원으로 집 구해야 되는 문기훈(매일신문 3월 14일 자 10면) 씨에게 2천947만7천41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조득환 10만원 ▷진국성 5만원 ▷하혜련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옥희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희숙 2만원 ▷신종욱 2만원 ▷박재석 1만원 ▷이원형 1만원 ▷이진기 5천원 ▷'김나현쌤' 10만원 ▷'김민규안다겸' 5만원 ▷'김주현(문기훈씨에' 1만원 ▷'무명'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처만 줬던 첫 번째 남편 때문에 극단적 선택 시도하려던 순간 현재 남편에게 구해져 행복하게 살려고 했으나 갑자기 겹친 병마로 겨우 찾은 행복 부서질 위기인 곽미정 씨에게 2,502만원 전달

정신병원 강제 입원시키는 등 상처만 줬던 첫 번째 남편 때문에 극단적 선택 시도하려던 순간 현재 남편에게 구해져 행복하게 살려고 했으나 뇌졸중, 시력 저하 등 부부에게 겹친 병마로 겨우 찾은 행복 부서질 위기인 곽미정(매일신문 3월 21일 자 10면) 씨에게 47개 단체, 195명의 독자가 2천502만1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화인페이퍼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제일안과(이규원)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한정민)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주)태왕 김수경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왕밀면냉면(김종훈)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수가성식당(최병기)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과학교습소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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