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지만 실제 대구 건설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경기 침체 직전까지 지역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건은 시장에 소화됐기에 현재 남아 있는 물건량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미분양 물량은 1만3천565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구시가 1월말 신규 주택사업 인·허가를 전면 중단한다는 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공급 물량을 파격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구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지역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지 업체 물량이 다수여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사태로 힘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미분양 물량 1만3천565가구 가운데 지역 업체의 미분양 물량은 1천21가구로 전체의 7.5% 수준에 그친다. 반면 1만2천500여 가구에 이르는 나머지 미분양 물량은 외지 업체의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이 미분양 물량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는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며 "대구 미분양 물량 가운데 63% 정도는 외지 30대 대기업 건설사가 추진한 재건축·재개발 물량"이라고 했다.
실제 화성산업, 서한, 태왕 등 대구 대표 건설사 3곳 실적을 살펴보면 미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쌓인 2022년에는 공급 비율이 높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대구 지역 총 분양 물량인 2만9천960가구의 16.9%에 이르는 5천57가구, 2021년에는 2만4천268가구의 20.2%에 달하는 4천911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총 1만3천282가구의 9.6% 수준에 그친 1천269가구만 공급했다.
결국 주택 시장 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2021년 이전에는 지역 업체의 공급 비율이 높았고, 시장 경기가 악화하고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한 2022년에는 공급 비율이 낮았다는 얘기다. 이번 대량 미분양 사태 속에서도 지역 업체의 비율이 낮은 이유다.
입주 예정 물량을 봐도 지역 건설사들이 흔들린다는 건 오해라는 지적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 3만4천831가구 가운데 14.6%인 5천93가구가 지역 업체 물량. 2024년 예정 입주 물량인 2만1천670가구 중 지역 업체 물량은 4천561가구로 21.05%에 이른다. 이들 물량은 대구 건설 경기가 하락하기 전 '완판'한 단지들이다.
특히 지역 건설사들은 대구 주택 시장이 침체될 것을 예견해 지역에서의 사업 물량을 줄이고 수도권 등 역외 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정부기관·공사·공단 등이 추진하는 관급 공사에 눈을 돌려왔다. 경기가 악화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을 잘 해온 편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주택 시장이 호경기를 누리던 때 외지 업체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 공급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건설업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큰 산업이다. 아직은 괜찮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 업체를 위한 정책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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