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저 사람 미친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누구에게 말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한테 말을 거는 거다. 스스로 혼자 길을 걷다 생각에 몰두하면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다. 쓴웃음과 함께. 지나간 상황이지만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에게 되묻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그다음 생각이 중요하다. 똑같은 일이 닥치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자신만의 다짐이 중요하다.
성찰(省察)은 자신을 반성하며 깊이 있게 되짚어 보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군대 가서 부모님에게 쓴 편지가 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손수 모아놓은 서류를 정리하다 내 편지를 발견했다. 한 장도 버리지 않으시고 차곡차곡 연도 별로 정리해 놓았다. 내가 쓴 편지의 대상자는 이미 하늘나라로 가고 없었지만 내 편지를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내용은 거의 다 반성이고 다짐이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라는 다짐과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아버님은 이 편지를 읽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했다. 그래도 자식의 성찰을 보고 대견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아버지의 습성을 이어받았는지 자식들이 쓴 편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끄집어내어 읽어 보면서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어쩌면 이렇게도 빼다 박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도 나와 똑같이 '착한 사람 될 것이고,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써 놨다. 약속을 지킨 것, 안 지킨 것은 구분이 되지만 큰 의미는 없다. 각자 선택한 것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몽테뉴가 수상록에서 밝힌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라는 명문이 성찰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돌아보고 물어보는 것,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옳고, 그른지 물어보는 것, 대답은 예스가 아니어도 좋다. 단지 그렇게 성찰할 수 있는 생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할 확률이 높다는 증거다. 반성과 다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천이나 행동에는 큰 의미가 없다. 성찰했느냐에 따라 인성이나 삶의 질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출퇴근하면서 혼자 차 안에서 쑥스러워서 피식 웃으면서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생뚱맞게 그 자리에서 왜 그런 행동을?' 자문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반복어를 내뱉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나이와 상관없다.
어느 시인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은 시뿐만 아니라 묘비명 "우물쭈물 살다가 이럴 줄 알았지"로 더 유명해진 버나드 쇼다.
부모님 산소에도 묘비명이 짧게 쓰여 있다. 그 옆에 놓일 내 묘비명 문구다.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으나 그렇게 살지 못했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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