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이승우/ 문학과지성사/ 2001)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서 화자는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집이 집으로서의 개념을 상실했거나, 그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이승우의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전부 다른 이야기지만 모두 하나의 주제로 통일된다. '심연에 깔린 불안감'이다. 각각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내적불안이 '판타지적 등장인물'로 표현된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다 보면 이 인물이 누구인지, 저 인물은 왜 갑자기 사라지는지, 왜 여기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결말은 왜 저런지 낯설기만 하다.

이 책의 목적은 그런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는 작품의 제목과 정확히 일치한다. 제목으로 쓰인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카프카의 작품에서 따온 말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 대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253쪽)

'집은 곧 나 자신'이다. 자신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지점이 실은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성서의 기본 개념에다 여러 문학작품의 오마주라 느낄 정도로 포맷이 흡사한 것들이 몇 개가 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편이 아마도 '첫날'이 아닐까 싶다. '우주 갱신의 믿음'이 있는 가족의 기괴한 행동은 여느 매체에서 한 번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2001년 출판된 이 책은 당시의 세기말적 불안과 곧 도래할 신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을 성경의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표현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에게 도래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메시아'를 기다린다. '만화의 배역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만화의 숙명'(125쪽)인 것과 같다. 이는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이며, 또 한편으로는 당신이 기다리고 염원하는 메시아다. 그러나 기다리는 메시아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는 건, 어린 시절 산타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기존 가치의 전복 없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집에 퇴근해서 오히려 더 피곤한 저녁이 되거나, 내 방에 있는데도 편하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휴일에 오히려 직장에 나가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 직장에서 집에서의 행동을 하는 여자(멀고 먼 관계)처럼 말이다.

당신은 당신의 집에 무엇이 있는지 아시나요?

박소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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