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신성한, 이혼’, 조승우표 브로맨스 법정드라마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 케미 돋보이는 법정물

JTBC 토일드라마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 메인포스터. JTBC 제공

또 이혼 전문 변호사야? 아마도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에 대해 시작 전부터 이런 선입견을 갖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신성한, 이혼'은 어딘가 좀 다르다. 법정물 특유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인물들 간의 관계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 조승우는 다르다

한국 드라마의 직업군 중 변호사의 지분은 양적으로만 봐도 독보적으로 많다.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들은 물론이고, '법쩐', '닥터로이어' 같은 변호사와 타 장르가 결합한 퓨전도 적지 않다. '로스쿨', '비밀의 숲', '자백', '리갈하이', '동네변호사 조들호', '개과천선' 등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매년 쏟아지는 이유는 그 직업이 갖는 서민적인 정서와 더불어,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 케이스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제 취재가 기본이 되어 있는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은 그토록 많은 법정물이 나왔음에도 매년 또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소재적으로 신선하지는 않다. 최근 종영한 지니TV '남이 될 수 있을까'가 이혼 전문 변호사를 소재로 했던 건 더더욱 '신성한, 이혼'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시작된 '신성한, 이혼'은 어딘가 색깔이 다르다. 그 차별점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신성한(조승우)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다.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이혼만 전문으로 하는 이 변호사는 특이하게도 과거에는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로 유학까지 갔던 인물이 나이 들어 뒤늦게 공부해 변호사가 된 것. 그러니 시청자들에게는 그 '변화'에서 나오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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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제공

게다가 이 인물은 어딘가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소주를 마시는데 와인 잔에 따라 마시고, 알고 보니 건물주인데 자기 사무실은 허름해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술에 취해 청계천변에 놓인 피아노로 슈베르트의 '마왕'을 멋들어지게 연주하지만 평상시에는 나훈아의 '테스형'을 걸쭉하게 불러댄다. 즉 겉으로 보면 평범한 소시민처럼 보이고 말도 그렇게 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변론을 한다거나 하는) 한없이 진지해지고 타인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깊숙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말을 꺼내는 인물.

그래서 '신성한, 이혼'이라는 드라마의 상당한 지분은 다양한 이혼 사건들이 아니라 바로 이 신성한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갖고 있다. 어딘가 충분히 로망을 불러일으킬 만큼 이지적이고 숨겨진 과거도 있는 그런 인물이지만, 한없이 친 서민적인 면모로 온기를 전하는 그런 인물이 바로 신성한이다. 그래서 조승우라는 배우와 이 캐릭터는 찰떡궁합이다. 뮤지컬 배우로도 유명한 그는 트로트를 해도 또 슈베르트의 '마왕'을 연주해도 어울린다. 게다가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처럼 냉철하게 사건을 변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마디로 다양한 결을 가진 캐릭터지만 조승우여서 하나로 단단하게 묶여 다채로운 매력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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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 포스터. JTBC 제공

◆사건들만큼 중요한 브로맨스

또한 '신성한, 이혼'이 특이한 점은 신성한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들인 장형근(김성균), 조정식(정문성)과의 브로맨스가 때론 코믹하고 때론 따뜻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남자들의 우정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평소에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고 또 티격태격하는 일이 일상이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 상심하거나 아파하는 걸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채고 이를 챙겨주는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고 급기야 다른 남자와 아이까지 갖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끝내 아내의 행복을 빌어주며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준 장형근의 슬픔을 신성한과 조정식은 그들 특유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으로 챙겨준다. 울고 있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주며 너무 잘 나왔다고 괜스레 포즈를 취하게 만들거나, 이혼도장을 찍은 날 신성한이 숨겨뒀던 양주를 까는 식이다.

이러한 코미디 전개는 이혼 소재로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신성한, 이혼'이라는 드라마를 경쾌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인 '삶과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즉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만나면 갈등을 일으키고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고 관계라는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신성한이라는 인물이 피아노와 트로트를 함께 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람은 그렇게 다차원적이고,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하나로 묶여져 있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고 그 이면을 바라봐야 비로소 진짜가 보인다는 것을 이 인물은 자신의 캐릭터로 설명하고 있다.

'신성한, 이혼'의 브로맨스는 여러모로 이 작품을 쓴 유영아 작가의 전작 '서른, 아홉'에 등장하던 차미조(손예진), 정찬영(전미도), 장주희(김지현)의 워맨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두 작품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세 명의 워맨스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서사와 세 명의 브로맨스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서사가 그렇고, 이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도 그렇다. 심지어 사이에 쉼표를 찍어 놓는 제목조차 닮았다. 이렇게 되면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유영아 작가에게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 서사구조 자체가 작가가 일관되게 드라마를 통해 해온 메시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 주변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몇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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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제공

◆JTBC 토일드라마 흥행 이어갈까?

사실 '신성한, 이혼'은 시작 전에는 일종의 '쉬어가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업계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JTBC 토일드라마가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대행사'로 연타석 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대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인지라, 이혼 변호를 소재로 하는 '신성한, 이혼'이 상대적으로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앞서도 말했듯 '신성한, 이혼'은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 속에서도 에피소드의 자극적인 극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신성한과 친구들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에 함께 일하게 된 전직 라디오 DJ 이서진(한혜진)이나 프락치로 들어왔다가 이 사무실에 오히려 동화되어 가는 최준(한은성) 같은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재미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그러니 어딘가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이 드라마가 팽팽한 속도감과 몰입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치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대행사'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도 '신성한, 이혼'의 시청률은 약 6%대(닐슨 코리아)로 전작들과 비교해 에피소드별로 들쭉날쭉하고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조승우가 중심을 잡아주고 김성균과 정문성이 깨알 같은 캐릭터 플레이로 웃음을 주는데다 라이벌 로펌의 박유석(전배수), 진영주(노수산나) 변호사 같은 인물들과의 대결구도가 갈수록 진영을 만들어내면서 그저 '쉬어가는 드라마'는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후반부에는 신성한이 피아노마저 포기하고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어야 했던 여동생 관련 사건들이 좀 더 전면에 등장할 것이고, 여동생이 남긴 혈육인 조카 기영(김준희)의 양육권을 두고 벌어질 법정 싸움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 숨 쉬어가는 줄 알았던 '신성한, 이혼'이 연타석 홈런은 아니어도 적시타 몇 방은 충분히 날릴 수 있는 드라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부부, 우정, 사랑 같은 일련의 관계들이 사건 케이스들과 더불어 변호사 사무실 사람들을 통해 풀어지는 이야기는 충분히 주말 밤을 기다리게 할 만큼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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