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IN] 임은주 이후 20여 년 만에 K리그 여자 심판, 박세진 주심

박세진 주심, 여자 심판으로는 24년 만에 K리그 무대 데뷔
"여자 월드컵 목표…후배들 디딤돌이 될 것"

지난 18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4라운드 충남아산과 천안시티FC의 경기에 투입된 박세진(오른쪽에서 세 번째) 주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8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4라운드 충남아산과 천안시티FC의 경기에 투입된 박세진(오른쪽에서 세 번째) 주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세진 주심. 본인 제공
박세진 주심. 본인 제공

대구 출신의 심판이 여성으로선 24년 만에 프로 무대인 K리그에 데뷔했다.

박세진 주심은 지난 18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4라운드 충남아산과 천안시티FC와의 경기를 관장했다.

경기는 충남아산의 1대 0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박 주심은 경고를 2장 꺼내는 판정을 내렸다.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오가며 약 9km 활동량도 기록했다. 웬만한 미드필더 수준에 맞먹는 수치다.

현재 K리그2에 배정된 여자 주심은 두 명이다. 박 주심에 한 라운드 앞서 오현정 주심이 천안과 부천의 경기에 투입돼 프로리그에 데뷔했다. 이들은 과거 임은주 심판 이후 처음으로 K리그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다. 임은주는 1997년 국내 최초로 여자축구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 5년간 K리그에서 주심으로 활약했다.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른 박 주심은 "비교적 무난하게 잘 진행했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마음"이라며 "임은주 선배 이후 심판계에 남녀의 벽이 공고했는데, 이젠 그 벽을 허물 때가 온 것 같다. 나름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주심은 선수, 지도자 그리고 심판으로서 그라운드를 누벼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구 안심여중에서 축구선수의 길을 걸은 그는 지금 해체된 영진전문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를 해 심판 자격증과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는 "선수로 은퇴를 하고 지도자와 심판 일을 병행했는데, 둘 다 재밌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심판·지도자 겸직이 금지돼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며 "'직접 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조금이라도 현장에 가까이 있고 싶어서 심판을 선택했다"고 했다.

아직 삽십대 중반에 불과한 박 주심은 이제 국내를 넘어 국제대회를 바라보고 있다. 2019년 국제심판에 임명된 그는 이달 초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2024 20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전 경기에 투입됐다.

박 주심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심판에 임명됐음에도 해외 무대에서는 거의 뛰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대회가 늘어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 같다"면서 "이렇게 경험을 쌓아 나중에 여자 월드컵까지 가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여자 심판을 꿈꾸는 후배들이 갈 길을 닦고 있다는 사실은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강력한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박 주심은 "나는 작은 실수라도 해선 안 된다. 후배들에게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며 "(오)현정 언니와도 자주 '우리로 끝나선 안 된다'고 다짐한다. 여자도 프로 무대에서 주심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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