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은 언제나 흥미롭다.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크지만, 항상 그 속에 인간의 탐욕과 광기를 경고하고 나아가 가족애와 인류애 등 인간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소설의 배경은 인류가 거의 멸망한 미래 어느 시대의 지구. 정체모를 감기 비슷한 병이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간다. 이 전염병은 안타깝게도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을 겪은 우리로서는 충분히 개연성 있는 상황이다. 과학자와 정부 요원 등 소수의 인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마더코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마더코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난자로 태아를 만들어 인공지능 로봇 속에 배양하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도록 설계한 프로젝트이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상당히 파격적인 설정이다.
로봇 로지로부터 이렇게 태어난 주인공이 카이다. 로지는 난자를 제공한 인간 여성의 고유 인격과 각종 세상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등이 프로그래밍돼 있다. 로지는 마치 인간 엄마처럼 카이를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생존을 가르치고, 인간의 삶을 학습시킨다. 인간 고유의 감정인 사랑으로 양육하진 못하지만, 로봇 나름의 최선과 최고의 양육을 해낸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의 감정이 자리잡는다.
"난 내 마더 로봇을 믿어. 엄마는 내 반얀나무거든."
"너의 뭐라고?"
"반얀나무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신성한 나무야. 똬리를 튼 뱀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어. 뿌리는 숲 하나를 이룰 수 있을 정도고. 베타는 그 나무 같아. 살아 있는 집이니까. 나를 안전하게 지켜줘."(135쪽 중 일부 발췌)
이 책은 '마더코드'로 탄생한 아이들이 살아가는 2054년 이후의 세상과 과학자들을 비롯한 정부 요원들이 '마더코드'를 진행했던 과거 2049년부터의 세상을 교차해 보여준다. 마치 영화를 상영하는 듯한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마더코드'의 목적과 성패 속에 카이의 행보는 인류의 미래를 심도있게 고민하게 한다. '마더코드' 담당자들이 마더 로봇들을 움직이려고 할 때, 또 로봇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려 할 때 우리는 마치 카이가 된다.
이 소설은 오스트레일리아 영화인 '아엠마더'(I Am Mother·2021년작)과 여러가지 면에서 닮아있다. 영화에서도 인류가 멸망한 가운데 지하벙커에서 로봇이 인공배양을 통해 탄생한 여자아이를 마치 엄마처럼 키우고 교육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반전이 숨어있지만.
디스토피아 속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른 SF 소설처럼 이 소설 또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우리를 진정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과 기계 사이를 이어주는 그 불완전함과 인간 존재 이유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현실로 다가올 인간과 AI 로봇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다. 475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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