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책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등으로 국내에 정의, 공정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이 3년 만에 신간을 냈다.

이 책은 1996년 미국에서 출간된 '민주주의의 불만'(Democracy's Discontent)을 20여 년 만에 전면적으로 고쳐 쓴 개정판이다. 샌델은 본문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을 넘어 초판에서 미국의 헌법적 전통, 즉 헌정주의 부분을 들어내고 정치경제 담론에 집중해 전체 분량의 4분의 1을 새롭게 썼다.

샌델은 초판 출간 이후 민주주의의 불만이 훨씬 더 예리하고, 한층 더 원한 깊으며, 심지어 치명적으로 퇴보했다고 우려를 표하며 얘기를 시작한다.

그가 보는 현 사회는 이렇다.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은 정치후원금과 로비스트 집단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고, 시민들이 부채에 허덕이게 방관한다. 소수의 거대 기업은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노동자의 불평등을 조장한다.

그뿐인가. 좌파와 우파,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부유층과 서민, 여성과 남성은 물론 세대가 서로 분리된 채 살아가며 제각기 다른 사실을 믿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샌델은 이같은 자본주의적 폭력과 너덜너덜해진 사회적 유대감이 민주주의를 무력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금 어느 때보다 심층적인 '민주주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불만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와 해법을 모색하고자 '경제 권력'에 주목한다. 단적인 예로, 대기업이 주요 산업을 독점해나가는 것을 목격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시민사회의 건전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될까 우려하기보다 재화의 가격이 오를 것을 걱정한다. 자신을 발언권을 가진 시민이기보다 소비자이자 노동자로 우선 인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델은 시민을 시장의 지배에 휘둘리는 군중이 아닌, 시민 의식을 지닌 진짜 '시민'으로 각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빌 클린턴부터 조 바이든 시대까지 미국의 주요 경제·금융정책과 정치사상의 변천사를 짚어보고, 발전 과정에서 시민의식이 경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왔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정치, 역사, 경제, 문화를 우아하게 넘나드는 특유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은 여전하다. 그가 던진 흥미로운 질문과 구체적인 설명들은 우리가 스스로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나가는 길로 인도한다. 44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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