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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100년] 칼제비·삼각비빔만두…핫한 '그 시장', 미래 100년 준비

'한국관광의 별' '한국관광 100선' '야간관광 100선' 연속 선정
근대골목, 달성토성, 동성로, 약령시와 가까워 성장 가능성 커
서문시장역‧주차장 확충 추진, 상가연합회는 이미지 개선 노력

2021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서문시장이 차례용품 등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매일신문DB
2021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서문시장이 차례용품 등을 사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매일신문DB

전통시장에서 물건만 사고파는 건 옛날이야기다. 대구 서문시장은 최근 6년 새 전국에서 찾아드는 식도락 여행지로 우뚝 섰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은 '칼제비', 납작만두에서 파생한 '삼각비빔만두' 등 특색 있는 먹거리는 해외 관광객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시장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상인들은 이 같은 자원을 바탕으로 시장이 젊은이들이 몰리는 복합쇼핑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 전국구 관광 명소로 우뚝

서문시장은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에 이름을 올렸다. 문체부는 2년 단위로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서문시장을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번 연속 포함했고, 2020년에는 '야간관광 100선'으로 소개했다.

이처럼 서문시장이 전국적 관광지로 떠오른 건 2017년 안팎이다. 이후로 서문시장을 비롯해 대구의 근대골목, 수성못 등이 문체부가 선정한 관광지 명단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대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관광의 별 선정도 근대골목이 2012년 지정된 이후 5년 만의 성과다.

서문시장은 근대골목, 달성토성, 동성로, 약령시와 가까워 성장 가능성이 크고, 쇼핑 목적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갖췄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관광공사는 공식 홈페이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서문시장을 "쇼핑과 문화가 어우러진 창조경제의 전형"이라며 "골목투어 연계로 도심 관광을 주도하는 '글로벌 명품 시장'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서문시장이 관광 자원으로 주목 받게 된 건 '먹방'(음식 먹는 방송) 콘텐츠가 점차 뜨던 때 서문시장 야시장을 개장한 영향이 커 보인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지난 2016년 6월 문을 열었다.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글로벌 명품시장' 대상에 선정되면서다.

임시 휴장 상태던 야시장은 오는 31일 재개장한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은 350m 거리에서 매대 16대, 푸드트럭 1대, 프리마켓 점포 10~15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일을 금~일요일, 주 3일로 변경해 매대와 푸드트럭은 금~일요일, 프리마켓 점포는 토·일요일에 영업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월 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문시장 정문 앞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 정은빈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월 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문시장 정문 앞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 정은빈 기자

◆ 시장 교통 인프라 확충키로

대구시는 서문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행정력을 모은다. 첫 번째 과제는 시장 상인들의 숙원인 교통난 해결이다. 상인들은 시장 방문객이 하루 평균 4만 5천명에 달하는데, 시장 내 2개 주차장으로 수용 가능한 차량은 870여 대에 불과하다고 건의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서문시장을 찾아 운을 띄웠다.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학교법인과 협의해 계성고등학교 후적지 운동장에 대규모 지하주차장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대 주차공간 부족이 전통시장 경쟁력을 약화하고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중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은데도 역사 규모가 협소한 서문시장역 확장을 추진해 시민 편의와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문시장역 수송 인원은 하루 평균 5천571명으로 3호선 역사 30개 중 가장 많았다. 이어 팔거역 3천892명, 칠곡운암역 3천618명, 범물역 3천532명, 북구청역 3천334명 순으로 많았다.

반면 서문시장역 연면적은 3호선 전체 역사 평균(2천16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문시장역 연면적은 1천959㎡로 지산역 1천647㎡, 원대역·공단역 1천829㎡, 범물 1천889㎡ 등에 이어 12번째로 작았다.

◆ 미래 100년 준비하는 상인들

서문시장상가연합회는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편의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젊은 부부가 어린 자녀를 데리고 편하게 오도록 고객 쉼터, 어린이 놀이터 등을 조성하고, 강당을 만들어 지역 특성이 묻어 나는 패션쇼를 여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상인들은 달성공원 동물원을 이전한 뒤 남는 땅에 미술관을 유치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문화시설이 생기면 서문시장, 근대골목 등과 연계해 관광 코스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문시장에서 400여m 거리에 있는 달성공원 동물원은 수성구 대구대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황선탁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 모여 놀다 갈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고객이 아이를 맡기고 장을 보다가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가연합회는 젊은 층도 시장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바구니를 자체 제작해 시장 방문객에게 배부했다. 시장 방문객이 상가 입구에서 품목별 위치를 편리하게 찾도록 키오스크 설치도 구상하고 있다.

황 회장은 "시장에 조금씩 변화를 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어가려 한다"면서 "'섬유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답게 고객이 만족할 만한 의류 등 상품을 판매하는 데 더해 맞춤 제작도 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도 창출해 내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선탁 대구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 정은빈 기자
황선탁 대구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 정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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