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비행기가 너무 좋아 고개를 박고 하루 종일 비행기 모형을 조립하고, 또 누군가는 산행이 좋아 허구헌날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저절로 힘이 솟아나는 그런 일 말이다.
나는 책 읽는 일이 너무 좋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문구점 한켠 조그만 서가에 판매하던 책을 하교 길에 읽어 내리는 일이 너무 달콤해서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대학교 도서관은 열아홉 내 생에 본적 없는 양의 책이 있었고, 신나서 종일 책등에 새겨진 제목만 읽어도 지루한 줄 몰랐다.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한 몇 해 동안은 하던 짓을 퇴근길 서점에 가서 하기 시작했다. 나의 놀이터였고,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자 가장 행복한 딴짓이었다. 14년차 사서인 나는 이제 더이상 책 읽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 동료들은 '번아웃 증후군' 이라고 나의 병을 명명했다.
'소진된 나를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가 없을까?' 나의 화두였던 그 질문에 우리 도서관 북클럽 강사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영주가 주인공이에요. 선생님이랑 이름이 똑같네요."
잠시나마 잊었던 나의 가장 행복한 딴짓을 상기해준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대기업의 성공가도를 달리다 번아웃을 느끼던 주인공 영주가 서점을 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 작품에는 고학력 취준생, 공부하기 싫은 고등학생, 계약직을 전전하는 청춘, 누군가의 엄마, 작가 등 어딘가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휴남동 서점을 찾아온다.
"이 소설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이라는 황보름 작가의 말처럼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 하는 것들을 가득 담아 책과 따뜻한 시선이 있는 그녀만의 휴식처를 선사한다.
작가는 쉬지 않고 일만하다가 한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린 주인공을 통해 다시 처음부터 자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작가 자신도 힘을 얻고 싶었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이 서점을 매개로 조금씩 잊어왔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따뜻하고 흐뭇하다. 다만 우리의 삶은 소설보다 더 괴팍하고 서늘하다는 것을 알기에 휴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책 소개와 함께 열렬한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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