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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차전지·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대통령 결심에 달렸다"

‘중국 의존도 높아 경제안보 우려’…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되면 완성형 생태계로 자급·수출 ↑"
반도체 DNA 장착한 구미…"수도권 산업 떠받들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 필요"
"포항·구미는 경북 내 첨단전략산업 '초격차' 양대 거점…국가균형발전 최적지"

윤석열(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최태원(왼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경북 구미를 찾아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투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윤석열(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최태원(왼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경북 구미를 찾아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투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경북 포항시와 구미시가 각각 유치를 염원하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대구경북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을 넘어 국가 간 첨단산업 전쟁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로서 의미가 크다. 상반기 선정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포항과 구미는 탄탄한 기반 산업은 물론 종합평가 대상인 첨단 전략기술 보유, 산업계 성숙도,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등에서도 타 지역에 앞서 있어 특화단지 지정에 힘이 실린다. 특히 포항시, 구미시는 물론 경북도 등이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고 정치권, 경제계, 학계, 시민까지 합세해 뿜어내는 열기 또한 뜨거워 지역에서는 '대통령의 결심'이 포항과 구미를 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포항(이차전지)과 구미(반도체)는 '수도권-지방 연계', '지방 중심 경제안보' 디딤돌로 윤석열 정부가 내건 국가 균형발전 기치와 정확히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지난 15일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한 데 따른 '수도권 집중화', '지방 외면' 등의 우려를 상쇄하고 '지방과 함께 한다'는 정책 기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핵심 산업기술 발전과 생태계 조성, 비수도권 균형 발전을 목표로 오는 6월 지정할 예정이다.

포항 영일만산단 내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매일신문DB
포항 영일만산단 내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경. 매일신문DB

포항은 포스텍을 비롯한 대학과 연구기관, 포스코와 에코프로 그룹을 비롯한 관련 업계 등이 전문인력 양성, 주요 소재 생산과 투자를 통해 이차전지 산업의 국내 최강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춘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차전지 소재와 환경에너지 등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4차산업혁명 기술 기반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과 포항테크노파크 등 이차전지 특화 연구기관이 이처럼 집적돼 있는 도시는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아울러 에코프로 그룹의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음극재 생산공장, GS건설이 주관사인 에너지머티리얼즈의 리사이클링 공장 등 이차전지 선도기업이 대규모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텍 철강대학원, 포항폴리텍대, 포항대는 물론 포항제철공고와 흥해공고 등도 기업체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이차전지 관련 직무교육을 통해 맞춤형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구축하려고 하는 양극재 산업 밸류체인 계획도. 포항시 제공
포항시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구축하려고 하는 양극재 산업 밸류체인 계획도. 포항시 제공

항만이 있어 수출도 용이하다. 포항시가 도전장을 내민 데에는 이런 자신감이 한몫한다. 포항시는 '경제안보를 위한 초격차'를 근거로 중국 등이 산업 주도권을 쥐고 흔들기 전에 도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연간 생산량이 15만 톤(t)에 이르는 국내 최대 양극재 생산도시다. 2030년에는 세계 양극재 시장 16.5%에 해당하는 1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며 "양극재 대량 생산과 원소재 공급의 핵심 요충지로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 구미3공장 실리콘(Si) 웨이퍼 제조시설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다. SK실트론 제공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SK실트론 구미3공장 실리콘(Si) 웨이퍼 제조시설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다. SK실트론 제공

구미는 1969년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 크고 작은 첨단 전자 분야 기업이 입주해 성장한 경험과 기반을 갖췄다. 또한 기존 5개 국가산업단지와 함께 곧 착공되는 5단지 2단계 산업용지(280만㎡) 등 넓은 산업용지도 확보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 내에는 SK실트론·LG이노텍·매그나칩반도체·KEC·삼성SDI·원익큐엔씨·엘비루셈 등 반도체 기업 344곳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 반도체 기업이 이 정도로 밀집한 곳은 구미가 유일하다. 이들 기업은 그간 6조2천억원 상당을 투자했거나 투자 약속을 하며 소재부품 공급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분 거리에 대구경북신공항이 들어서게 돼 물류 여건 역시 우수하다. 즉시 입주가능한 구미 5산단 등 넓은 국가산단을 보유한 것과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 전력 공급 등도 강점이다. 여기에 경북도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구미 등에 경북도 가용재원의 매년 10%(수백억 원)를 10년간 파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가 후방에서 소재부품의 경쟁력과 자립률을 높여 수도권 반도체를 떠받들려면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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