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인구를 가진 거대한 상품 시장인 데다가 가장 많은 젊은 층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75년 만에 영국을 앞지르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 이것은 모든 인도인들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렌드라 모디가 인도의 총리가 되던 해인 2014년 11위였던 국내총생산이 10년 만에 무려 8천547억 달러(약 1천164조9천561억원)가 증가되어 5위로 올라서면서 경제적 급성장을 이루었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제 위기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향후 2029년까지 GDP 3위, 그리고 2050년에 미국을 초월하여 G2를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2014년 모디 총리가 선임되었을 때 인도의 국가 이미지와 경제는 매우 암울했고 비관적이었다. 당시 인도는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인도네시아와 함께 5대 취약 경제국에 속한 상태였다. 모디 정부 이전까지는 여성 안전, 테러 사건, 국가 안보, 물가 상승 등 사회, 정치 경제 전 분야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기업의 신뢰도 저하와 경기 침체의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었다.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물론, 인도 투자자들도 자본을 인도에서 해외로 빼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인도 화폐의 값도 많이 떨어졌다. 모디 정부의 입장에서 이 문제들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난제들이었다.
국가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디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먼저 투자 환경의 안전성을 재고하였다. 이에 따라 '인도에 직접 투자', '인도에서 제조', '인도 창업 정책', '국산품 선호' 등 정책들이 수월하게 시행될 수 있었다. 모디 정부는 또한, 국내외 투자자를 위해서 복잡한 규제 및 투자 관련 제한을 완화시켰고, 해외 업체들이 인도에서 사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제관계를 개선시켰다. 그 결과로 인도는 세계은행이 선정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의 국가 순위 142위에서 63위로 짧은 기간에 79단계이나 뛰어올랐다. 더 나아가 미국·중국의 갈등 및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영향에서 벗어나는 등 정치적으로도 해외투자들에게 투자 및 제조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이 이룩한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모디 총리는 언론 행사에서 "지금의 이 순간은 인도의 순간이다. 이 순간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세계인들이 우리의 급속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여러분들은 인도가 독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2047년에 선진국이 될 것을 목격할 것이며, 인도는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고대의 영광을 되찾아 세계의 스승이 되는 날이 틀림없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 국민들은 모디 총리의 이 말에서 자부심과 희망을 느꼈지만 모디 총리로서는 인도를 선진국으로 부상시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농업개혁의 문제를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인구의 과반 이상, 즉 65% 이상의 사람들이 농촌 지역에서 거주한다. 미국·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모디 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어 이윤을 내기는 했지만 인도의 인구 구조를 살펴보면 인도는 선진국이 되기에 아직은 먼 나라이다. 알다시피 인도는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이며 전 인구의 1/4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영양실조의 문제는 대부분 식량 부족에 기인하기 때문에 모디 정부가 인도를 선진국으로 부상시키기 위해서는 인도의 농촌 문제부터 개혁해야 한다.
해외기업의 인도 투자 및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해 일용직의 도시 노동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는 한국의 1970~80년대의 사회, 경제적 불균형 현상과 비교된다. 모디 정부가 도시와 농촌 간의 비대칭적 경제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토지 개혁법 및 농업 개혁법을 도입했으나, 농민들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민들의 강렬한 반대로 인해 모디 정부가 두 가지의 법을 모두 철회해야만 했다.
모디 정부가 제안한 농업개혁법이란 식량난 및 영양실조의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농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인도를 식품계의 국제시장으로 부상시키기 위한 좋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 방역을 위한 도시 봉쇄로 인해서 힘들고 지친 인도 국민들에게는 이 새로운 법을 받아들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 많은 나라들에서 그랬듯이 도시 봉쇄 정책이 갑작스럽게 시행된 탓에 농촌 출신의 도시 일용직 노동자들은 생명과 생계유지 사이에서 큰 딜레마에 빠져야 했다. 이들은 미리 대안을 준비할 틈도 없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도시로 옮겨갔던 농민들이 저축한 자금이 없이 집으로 돌아오며 각 마을마다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코로나 방역 문제에 잘 대응하지 못한 모디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공개 사과하면서 농업 개혁법 역시 철회해야 했다. 모디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밀려서 철회해야 했던 농업개혁 정책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매우 친시장적이면서도 인도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비록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쳐서 철회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모디 정부는 그 법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으며 개편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실행하려고 하고 있다. 모디 정부가 이 법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방안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농업개혁을 성공적으로 한 나라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이 점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인도는 '특별전략 동반자' 국가이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에게 있어서 인도의 농업에 투자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한국의 농촌 및 농업 개혁 방식은 세계적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의 농촌개혁, 농경기술, 스마트 농업 및 농업 기계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의 모디 정부가 농업 개혁안을 수정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참고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 인도는 G20 개최국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에서는 인도가 중요한 국가이다. 현재 이웃국가 일본과 중국이 인도의 농촌 인프라, 농경기술 등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서는 농기구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농업에 체계적으로 진출한 국가가 아직 없다. 최근 일본의 국제협력기구인 JICA가 인도의 농촌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이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가오는 9월에 뉴델리에서 열릴 G20회의에 참석하여 한·인도 교류의 새 장을 열 것이다. 한국의 발전된 농업기술을 인도의 풍부한 인적자원 및 자연환경에 접목시켜 인도 정부와 함께 현지 맞춤형 농업 협력을 추진하고, 한·인도 식품산업 단지를 조성해 장기적인 식량 공급처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이다. 인도의 농촌이 한국 농업 개혁의 경험을 기다리고 있다.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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