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훈농장TV' 유튜버 장훈 씨 "체득한 농사 지식 전달이 목표…농사꾼 정체성 지켜 가겠습니다"

"욕심없이 농사 지으며 이야기하다 보니 구독자가 늘었어요"

유튜브
유튜브 '장훈농장TV'를 운영하는 장훈 씨가 자신이 재배하는 관하딸기 모종을 돌보고 있다. 이화섭 기자.

"딸기 키우는 영상인데 경찰분이 마약제조현장 설명하시는 느낌이에요."

"딸기 장물 압수현장에 감동…. 나도 딸기 장물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급습하여, 설향파와 사계파 모두 검거했습니다."

유튜브에 '딸기를 가정에서 30일마다, 5년간이상 수확하며 기르는 쉬운 방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딸기를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인데 말투가 사뭇 진지한 것이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에게는 그 옛날 '경찰청 사람들'과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형사가 사건을 설명하는 영상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이 덕분에 해당 영상 조회수는 지난달 30일 현재 340만 회를 기록중이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홀린 듯 딸기 모종을 구입한 나머지 동영상에서 설명한 딸기 품종이 전국적으로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경북 구미시에서 농사를 짓는 장훈(44) 씨로, '장훈농장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이다. 채널을 개설한 지 2년 정도 지난 지금, 채널의 구독자는 약 15만 4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에 대해 장 씨는 "아직 실감은 안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작물을 키우는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영상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집에서 작물 키우는 다양한 방법을 유튜브에까지 올리게 됐다. 페트(PET) 병으로 화분을 만들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하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장 씨의 방법을 참고해 집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댓글로 간증하기도 한다. 동영상 속 말투는 사실 장 씨 나름의 고충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카메라 울렁증' 때문인지 카메라 앞에만 서면 말이 편하게 안 나오더라고요. 잘 하던 말도 꼬이는데다 농약 이름이나 성분처럼 영어가 길어지면 더 고역이었죠.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다가 군대 조교 스럽게 말을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그 말투를 살짝 반영했더니 그나마 말하기가 편하더라고요. 아내도 '처음에는 어색한데 귀에 계속 남는다'고 의견을 줬고요. 딱히 콘셉트로 의도한 건 아닌데, 구독자와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나이는 '청년 농부' 소리를 듣지만 농사 경력은 20년이 넘는 베테랑 농사꾼인 장 씨의 주요 재배 작물은 쌀이다. 약 40만㎡(12만평) 가량의 논에 벼농사를 짓는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는 장 씨의 쌀 이름은 '미친 쌀'이다.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다보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름으로 선택한 것인데 '미친'의 '미'에 쌀 미(米)를 붙일 수도 있다보니 선택한 이름이라고.

장 씨는 유튜브로 이름을 알리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농사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 광고나 협찬 제의도 들어왔지만 유튜브는 자신이 체득한 농사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이용하는 용도로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라 따로 받지 않는다. 게다가 농번기가 시작되면 촬영하기 힘들정도로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유튜브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까닭도 있다. 장 씨는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짧고 굵게 전달하는 것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큰 욕심 안 부리고 '장훈농장TV'를 통해 농사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장 씨는 매일신문 독자들을 위해 실내에서 작물을 키울 때 조심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일러줬다.

"집에서 식물에게 물을 주시려면 상온에 2, 3일 둔 뒤에 주시는 게 좋습니다. 수도꼭지에서 바로 나오는 물은 약 17℃ 정도인데 자칫 뿌리가 위축돼서 생장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페트병이 여러 개 있으면 거기에 물을 받아놓고 돌아가며 주면 좋습니다. 또 식물은 영상 21도 안팎에서 잘 자라니 겨울에는 따뜻한 곳으로 옮겨주세요. 제가 겨울에 콘텐츠를 못 만드는 이유도 춥다보니 식물이 잘 자라기 힘들어서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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