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주인공 된 세월호 엄마들 "코미디만큼 재밌고 발랄한 다큐"

5일 개봉 앞둔 다큐 '장기자랑'…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 담아
이소현 감독 "피해자와 투사 그 사이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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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영화사 진진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과 출연자 이미경, 김미경 씨가 3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얘기를 하면 슬픈 생각이 드니까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코미디만큼이나 재밌고 유쾌하고 발랄하거든요." (이영만 학생 어머니 이미경 씨)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속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얼굴은 그간 미디어에서 다뤄졌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고통을 겪은 엄마들이 속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엄마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활짝 웃기도, 배역에 대한 욕심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31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이소현 감독과 함께 만난 출연자 김명임 씨, 이미경 씨의 모습도 영화 속과 다를 바 없이 밝고 열정적이며 따뜻했다.

곽수인 학생 어머니 김명임 씨는 "영화를 보시고 '우리랑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이웃 같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어서 슬퍼했고 아파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현 감독은 "기존 세월호 관련 영화를 보면 참사 피해자분들이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모습 또는 투쟁하는 멋진 모습, 딱 두 가지를 보여준다"면서 "그 사이에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우리 어머니들은 멋진 배우이자 안전 사회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다 멋지고 존경스럽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영웅이셨던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하셨던 분들이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영웅이 되어가는 부분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전작 '할머니의 먼 집'(2016)을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할머니와 손녀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이 감독은 7년 만에 '장기자랑'을 내놨다.

그는 2019년 일본 NHK에서 제작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스태프로 일하면서 노란리본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냥 첫눈에 반했다. 계속 어머니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무작정 카메라를 사 들고 갔다"고 노란리본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감독이 처음 연습실을 찾은 날, 일부 단원들이 캐스팅 결과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명임 씨는 "처음 감독님을 봤을 때 되게 불안했다"며 "엄마들은 폭발 직전이지, 이분(이 감독)은 와서 쳐다보고 있지, 어떻게 중재해야 하나 가운데서 조마조마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외려 "세월호에 대한 정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직접 장문의 손 편지를 써 전하고,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지면서 단원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촬영 전에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로부터 허가도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어머니들이 도청당하는 일도 많았고,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이것(영화) 때문에 또 그런 기분이 들면 안 되잖아요."

이미경 씨는 "늘 조심스럽게 엄마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진솔함이 느껴졌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찍어줘서 정말 고맙다"며 마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다른 다큐멘터리들처럼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가족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걸 벗어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려내 주셨죠. 이렇게 재밌고 좋은 영화가 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장기자랑' 속 엄마들의 모습이 참사 피해자라는 프레임 밖에 존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미경 씨와 정예진 학생 어머니 박유신 씨가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 큰 몫을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에 대한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갈등 끝에 박유신 씨가 갑작스레 잠적해 극단이 위기를 맞았던 상황도 그대로 담겼다.

이 감독은 "안에서 계속 욕망이 꿈틀꿈틀하는 부분이 제게는 굉장히 생동감 있고 귀엽게 느껴졌다"면서 "극단을 담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경 씨는 "사람마다 다 각자의 성격과 색깔이 있는데 저는 그냥 되게 솔직한 사람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 나름대로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큐멘터리 속 자기 모습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기자랑'은 4월 5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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