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5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관련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역사의 아픔과 평화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대구 갤러리청애 '강종열 개인전'
대구 갤러리청애(수성구 화랑로2길 43)는 동백꽃 그림의 대가인 허주 강종열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동백의 원형적 인상과 호흡을 잡아내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동백 군락지를 다 찾아다니며, 숱한 발품으로 동백과 소통해왔다.
2021년 여수엑스포장에서 열린 '존엄, 여수의 해원' 전시에는 강종열 작가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록한 '여순사건' 그림이 전시되기도 했다.
그에게 '여순사건'은 예술가로서 언젠가 꼭 캔버스에 풀어내야 할 마음의 과업으로 남아 있다. 그는 전시 10여 년 전부터 현장을 다니고 유가족의 가슴 속 한 맺힌 증언을 들으며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그는 작업실에서 엄청난 유화물감의 유독물질을 맡다가 몸이 버티지 못해 병원 신세를 몇차례 지곤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다시 그림 속 영혼들을 매일 마주했다. "나의 붓질이 응어리진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흔적으로 남길 바란다"는 그의 작업노트에서는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 속 동백은 붉은색과 초록, 파란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정된 주조색이지만 무수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뜨거운 생명의 환희,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동백에서 느낄 수 있다. 전시는 4월 2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박경훈: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
광주시립미술관은 30일부터 본관 3, 4 전시실에서 '박경훈 : 4.3 기억 투쟁, 새김과 그림' 전을 열고 있다.
박경훈 작가는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나 예술가, 사회운동가,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랜 세월 금기시됐던 제주 4·3의 진실을 알리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전시장은 '새김'과 '그림' 섹션으로 나눠 구성되며,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새김' 섹션은 민주·인권을 향한 제주도민의 저항의 기록과 목판화가 가지는 미학적·실천적 가치를 함께 제시하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그림' 섹션에서는 콜라주 및 디지털 제작 방식을 활용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작업의 변모과정을 엿볼 수 있는 최근작이 포함되어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박경훈의 현실참여적 예술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민중의 가슴 아픈 역사를 대표하는 제주 4.3사건의 기억을 소환하고, 연대의 가치를 살필 수 있는 전시"라며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 정신을 관통하는 '민주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8일까지.
◆김해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관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김해 봉하마을에 위치한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관에서는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사)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제주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보리아트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기획전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인정하면서 제주 4·3 유족들에게 사과한 지 20주년, 제주 4·3 75주년을 맞이해 마련됐다.
이 전시에는 제주 4·3, 여순 10·19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주철희, 이수진, 임재근, 이하진, 박진우 작가 등이 참여했다.
또한 미군정청(USAMGIK), 미군사고문단(KMAG), 극동군사령부(FEC), 연합군사령부(SCAP)가 작성한 기록 중 비밀 해제된 4‧3기록과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4‧3 관련 국정 기록, 당시 언론 기록 등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무료이며 4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주말 단체 관람 신청은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관(055-344-1302)으로 문의하면 된다.
◆제주현대미술관 4·3미술제 '기억의 파수'
제주현대미술관이 4·3미술제 '기억의 파수' 전시를 본관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4·3 미술제는 1993년 첫 전시 '닫힌 가슴을 열며' 이후 30회째 이어져오고 잇다. 이번 전시는 4·3미술조직위원회와 제주현대미술관 공동 주관으로, 3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전시로 마련했다.
전시에는 강문석, 강요배, 강태봉, 고경화, 고길천, 고혁진, 김수범, 김영훈, 박경훈, 박영균, 부이비, 송맹석, 양동규, 양미경, 양천우, 오석훈, 오윤선, 이경재, 이기홍, 이명복, 이세현, 임흥순, 정용성, 주재환, 홍덕표, 홍성담 등 작가 26명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4․3미술제에 참여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 꾸었던 꿈 ▷봉인된 섬 ▷다시 맞은 봄 등 3개 섹션으로 나눠 구성했고, 회화, 판화, 조각, 사진, 영상매체를 아우르는 4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같은 명칭의 미디어아트 전시 '기억의 파수'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음악과 제주 자연의 소리가 더해져 특별한 현장감과 웅장함으로 4·3이라는 역사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영상은 강동균, 강문석, 강요배, 강태봉, 고경화, 고길천, 고승욱, 고혁진, 김수범, 김영화, 김영훈, 박경훈, 박소연, 박영균, 박진희, 서성봉, 송맹석, 양동규, 양미경, 양천우, 오석훈, 오은희, 오현림, 이경재, 이명복, 이종후, 이준규, 정용성, 조이영, 최소형, 홍덕표 등 31명 작가 5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영상 감상 후에는 동백꽃 이미지의 체험지에 감상 소감을 함께 나누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세상과 단절됐던 4·3의 역사를 대중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온 4·3 미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하며 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호흡해 왔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지난 40여 년간 심연에 잠겨있던 4·3을 수면으로 끌어올린 예술가들의 지난한 노력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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