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해찬 리스크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가 있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98년 교육부 장관에 임명돼 입시 제도 개혁에 나선다며 '수시전형'을 도입하고 야간자율학습과 모의고사 등을 폐지하면서 면학 강도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바뀐 대입 제도로 입시에 나선 2002·2003년도 학번의 수능 점수는 전년 대비 평균 90점 이상 하락했다. 그러자 '이해찬 세대'는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그의 교육 개혁은 실패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도록 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가 문재인 정부 당시 주장해 온 '50년 집권론'이 중도층의 거센 반발을 샀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어설픈 경제정책으로 국민경제가 엉망진창이 된 데다 집값 폭등과 부동산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의 좌절감이 극대화되던 시점에 50년을 더 집권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언행이 곱게 비칠 리가 없었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내 최대 후원자가 이해찬이라는 점도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 시점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및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지금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데, 담금질을 거쳐야 명검이 만들어진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의 원로 정치인으로서 흔히 할 수 있는 '덕담'이라기에는 섬뜩한 준법 의식이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고 자부하던 대장동·위례 신도시 사업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도 기소된 중대 범죄 혐의자가 이 대표다. 유·무죄를 다투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이 대표를 감싸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

그가 희망한 민주당의 20년·50년 집권론은 무너졌다. 그의 이재명 감싸기는 그런 아쉬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는 원로 정치인의 '망발'과도 같은 모욕으로 들릴 수 있다. 이해찬 리스크는 상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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