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이 글로리

최윤정 대덕문화전당 주무관

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글로벌 최대 멀티미디어 OTT 넷플릭스의 서버마저 위협했던 '더 글로리'가 가져온 열풍이 거세다. 수많은 미드나 영드에서도 학교폭력은 자주 등판하는 소재이지만 '더 글로리'는 '영광'스럽게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K-콘텐츠의 힘을 과시하는 고유명사 중 하나가 됐다.

필자는 사실 '더 글로리'를 열풍보다 조금 늦게 접했다. 학교폭력이라는 이슈가 달갑지도 않았고 모두가 본다고 하면 괜히 손이 안 가는 스놉 효과적 심리가 발동한 탓도 있다.

학교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본 작품의 제목이 '글로리(영광)'인 것엔 반의적인 뜻을 포함하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진짜 '영광'은 묵묵히 피해자인 '동은'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조력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글로리'를 되새김 해본다. '영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를. 사전적인 의미는,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다. 그렇다면 이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는 어디서 출발하는 것인가?

필자가 나름대로 찾아본 답은 이러하다. '영광'은 '사람'에서부터 온다는 것.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손에 든 수상자들이 하나 같이 말한다. '영광입니다'라고. 이 상을 준 '누군가들'에게 전하는 말이자 '누군가들'로부터 받은 보이지 않는 사랑과 응원의 결실이 '트로피'라는 물질이 되어 그들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영화에서 나오는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나에게 주시겠습니까?'라는 대사 역시 '영광'의 대상이 사람이지 않은가? 물론 더 나아가면 그 '영광'이라는 감정의 대상은 '사람'에게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이어트 중 치팅 데이(식단 관리를 하다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날)에 만난 '치느님'도 영광일 것이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내 곁을 따스하게 지켜주는 반려동물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광'의 대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이 글로리'를 완성시켜주는 이들은 누구일까?

다행스럽게도 '더 글로리' 속 '동은'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것 같다.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네 명의 절친들이 영광이고, 공연기획 일을 시작으로 업계에서 18여 년간 근무해오며 만났던 수많은 어른들과, 선배들, 그리고 동료, 후배들의 존재도 나에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이며, 정신적 유복함을 물려주시어 건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 역시 '마이 글로리'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겠다.

또한 부족한 이 글을 읽어주고 계신 여러분께 1년 중 가장 따스하고 호화로운 계절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여러분도 스스로의 '마이 글로리'를 찾아 그들과 함께 앞으로의 삶이 무한히 '영광'스럽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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