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떠올려보자. 불안감과 두려움이 먼저 따라온다. 삶의 끝을 앞두고 나는 과연 잘, 의미 있게 살았을까 하는 후회와 복잡한 생각들도 밀려온다. 죽고난 뒤는 어떤가. 누구나 동일하게 상업화, 자동화된 장례 절차를 통해 단 사흘 만에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한 죽음에 대한 불편한 감정과 진실을 잠시나마 대면해볼 수 있는 전시가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말하지 않는 것'.
다만 이 전시는 그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회피하고 어렵게 생각해왔던 우리의 인식을 뒤바꿔놓는다. 죽음의 고통이나 절망 대신, 죽음이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금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전시실의 최수남 작가는 '탄화되는 인간'이라는 작품을 통해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임을 역설한다. 검은색, 혹은 하얀색의 인간 좌상들은 모든 에너지를 미련 없이 다 태우고 기꺼이 사라지는 생명을 형상화한 것. 주어진 시간만큼을 태우고 꺼져가는 것이 모든 생명의 운명이라는 자명한 진실에 더해, 형상들은 각자의 탄화돼가는 시간을 개별적으로 견디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또다른 회화 작품을 통해서도 생명의 한정된 시간 속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1전시실 중간쯤에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관이 놓여있다. 직접 들어가볼 수도 있다. 우재오 작가는 12년 전 이미 만들어놓았던 자신의 관을 전시했다.
이윤희 협력기획자는 "관을 직접 보는 것은 섬뜩한 경험이다. 그러나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니 몸에 꼭 맞는 나무상자에 들어가는 것은 다시 어머니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퇴행의 경험일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노년이 퇴행을 거듭하는 일이기에, 종국에 나 있을 곳이 이처럼 정해져있다면 어쩐지 안심이 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2전시실에서는 서현규 작가가 '교량'의 기계적 조형성을 통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잇는 영적 세계를 결부한 시각적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한 3전시실의 류신정 작가는 '유유 항성(悠悠 恒星)'이라는 설치작업을 전시한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로 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깊은 주제인 죽음에 대해 개방적으로 대면하면서, 우리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보고자 한다"며 "삶과 맞닿아있는 죽음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달코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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