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암투병 끝에 별세했다. 팝, 영화, 평화운동 등 다방면에 큰 족적을 남긴 사카모토는 암 투병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2일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달 28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사카모토는 2014년 중인두암, 2020년 직장암 선고를 받아 투병을 지속했다.
사카모토는 대중음악과 영화 등 다방면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음악 인생은 피아노를 쳤던 3살 때부터 시작됐다. 어린시절부터 클래식을 공부해온 그는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1978년 대중음악가와 함께 3인조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해 활동했다. 전자음악과 클래식, 현대음악을 가미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 그룹은 일본 팝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는 영화음악 작곡에 활발히 나섰다. 1983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음악을 맡는 동시에 출연도 하면서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1987년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맡았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이 음악을 통해 사카모토는 아시아인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7년 한국영화 '남한산성'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또 2000, 2011,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내한공연을 진행했으며, 2018년 '류이치 사카모토:라이프' 전시회도 이어가며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는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에는 포용 입장을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작년 6월 유희열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의 작품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유 씨가 사과문을 냈지만, 이에 사카모토는 "나의 작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며 유 씨를 감쌌다.
사카모토는 탈핵과 환경, 평화운동에도 나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2015년 아베 정권이 추진하던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2001년 9·11 테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세계가 겪은 큰 아픔을 음악에 녹여 위로해왔다.
그는 마지막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생전 마지막 공연이 된 온라인 피아노 솔로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를 공개했고 올해 1월 17일에는 생일을 맞아 6년 만에 새 앨범 '12'를 발표했다.
사카모토 별세 소식에 국내 음악인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카모토와 친분이 있는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SNS에 "선생님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R.I.P 사카모토 류이치(SAKAMOTO RYUICHI)"라고 글을 남겼다.
앞으로도 사카모토의 작업물은 계속 공개될 예정이다. 14일엔 지난해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 등의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공개가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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