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났다니까!" 다이어트약 먹고 '환각'…차량 6대 들이받은 광란의 질주

경기 거주 20대 女 "전시 상황이라 다른 차량을 대피시키려 했다"…횡설수설

지난 2월 28일 오전 서귀포시 토평동 인근 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한 20대 여성 운전자를 체포하려는 경찰차의 모습. 독자제공.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오전 서귀포시 토평동 인근 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한 20대 여성 운전자를 체포하려는 경찰차의 모습. 독자제공.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에서 대낮에 차량 여러 대를 들이받는 등 난폭 운전을 한 2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여성은 사고 당시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서귀포경찰서는 4일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하고 경찰차와 승용차 등 차량 6대를 들이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및 난폭 운전)로 20대 여성 운전자 A(경기 거주) 씨를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28일 오전 11시 10분쯤 서귀포시 토평동 한 마트 인근 도로에서 아버지 명의의 K7 승용차를 몰며 덤프트럭과 버스, 경찰차 등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112에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 '경적을 울리면서 질주한다'는 등의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강하게 저항하는 탓에 체포를 위해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붙잡는 등 체포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난폭 운전으로 시민 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차량에서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가 발견된 점과 주변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건 당시 A씨가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해 환각 등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했으나,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변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시 상황이라 다른 차량을 대피시키려고 했다", "경찰이 훼방을 놓았다"고 등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달 초 제주도로 여행 겸 홀로 내려와 지인과 함께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지역 한 병원에서 향정신의약품 성분 펜디메트라진이 포함된 P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다.

이에 더해 A씨가 지난달 제주로 오면서 가족이 처방받은 다이어트 약까지 몰래 갖고 내려와 복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가족이 처방받았던 약 3종 가운데 1종은 향정신성의약품 성분 펜터민이 포함된 M 식욕억제제였다. M식욕억제제는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D식욕억제제와 같은 성분의 약이다.

한편, A씨는 범행 직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가 풀려나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 난폭운전 차량.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 난폭운전 차량. 제주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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