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한잔] '첫 비수도권 출신' 문정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

"키보드 '치는 문화' 대신 '쓰는 문화' 되살리도록 노력"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이 서구 평리동 작업실에서 웃어보이고 있다.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이 서구 평리동 작업실에서 웃어보이고 있다.

"소감이요? 당선돼서 기쁘다, 잘하겠다는 말은 결국 말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실천이겠죠. 이루고자 하는 계획을 어떻게 한 단계씩 밟아나갈 수 있을 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문정(文鼎) 송현수 신임 한국서예협회(이하 서협) 이사장은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2월 말, 대구지역 서예인들은 그의 당선 소식에 모두 환호했다. 회원 수가 7천명에 가까운 한국서예협회에서 비수도권 출신, 그것도 대구 출신이 이사장을 맡은 게 1989년 창립 이후 최초여서다.

그는 서협 대구지회 제8~9대 지회장과 서협 부이사장,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6년간 대구지회장을 맡으며 그가 느낀 것은 '해야하는 일'에만 갇히지 않고, 회원들이 좀 더 서예인으로서 행복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는 것이었다.

"대구는 역사적으로 서화의 도시이고, 서예문화적 역량이 아주 큰 도시지만 막상 중앙 경영은 못해봤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서예협회를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보자는 다짐과 그에 앞장서달라는 회원들의 염원이 더해져 출마를 결심하게 됐었죠."

그가 대뜸 빈 종이에 여러 개의 선을 그었다. 그는 "서예 안에도 협회 운영의 방도가 담겨있다"며 "선을 긋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선을 그어내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감정,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선을 긋느냐에 따라 작품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것처럼, 협회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함으로써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선거에서 당선된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 한국서예협회 제공
지난 2월 선거에서 당선된 송현수 한국서예협회 이사장. 한국서예협회 제공

송 이사장은 ▷협회 위상 재정립과 회원 자긍심 회복 ▷서예의 초·중등학교 공교육화 추진 ▷공연, 체험, 학술 등 다양한 서예문화 창출 ▷영상·미디어위원회 설립 등 온라인 소통 강화 ▷협회 공식후원사 모집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서예는 몰입을 통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병행되기에 초·중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공교육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서 함께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상·미디어위원회 분과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홍보 영상을 제작, 공유하며 숙원사업인 '한국서예방송' 설립의 바탕을 만들려한다. 전시에 그치지 않고 공연과 융합하거나 그것을 영상으로 남겨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협회를 정직하게 이끌어가며 (키보드를)'치는 문화' 대신 '쓰는 문화'를 되살리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예를 한다고 하면 누구나 '좋은 것 하시네요'라는 선망의 말을 많이 합니다. 협회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정체되거나 부패하지 않고 자꾸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합니다. 그렇게 아무 대가 없이 받은 선망에 대해 보답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서예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밌는 이벤트들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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