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음식 장사 예능'이라는 한 분야가 생길 법하다. 그만큼 본격적인 음식 장사에 돌입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음식 장사의 베테랑 백종원이 뛰어든 도전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로코에서 불고기·갈비탕 먹힐까
과연 모로코 현지인들에게 불고기와 갈비탕이 먹힐 수 있을까. 아마도 tvN이 새롭게 선보인 '장사천재 백사장'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을 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이우형 PD가 과거에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로 시도했던 것들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팟타이를 팔고 중국에서 짜장면을 미국에서 만두와 치킨을 팔았던 '현지에서 먹힐까'처럼 '장사천재 백사장'은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라는 곳의 야시장에서 음식 장사를 시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지에서 먹힐까'가 미국편(2019) 이후 지속되지 못했지만 이제 엔데믹 분위기로 돌아서며 각종 해외 로케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우형 PD도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런데 왜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가 아닌 '장사천재 백사장'으로, 그것도 기존에 했던 이연복 셰프 대신 백종원을 중심에 세웠을까.
사실 이우형 PD에게 백종원은 늘 함께 방송을 하고픈 출연자 1순위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쿡방에 먹방 나아가 창업 컨설팅까지 두루두루 경험이 많은 이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부터 '스트릿 푸드 파이터' 등 다양한 방송으로 여유가 없던 시기에 백종원을 섭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기에 맞춰 함께 했던 '백패커'가 이우형 PD와 백종원의 인연이 되어주었다. 백팩 하나에 재료들을 담아 의뢰인들을 찾아가 요리를 해주는 '백패커'는 쿡방의 묘미에 수백 명에게 급식(?)을 하는 대용량 조리 같은 백종원에게 특화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연으로 이어진 '장사천재 백사장'은 '현지에서 먹힐까'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이우형 PD가 백종원을 세워놓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 구상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이우형 PD가 그간 '현지에서 먹힐까'를 통해 갖게 된 경험치 또한 담겨있는.
'장사천재 백사장'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장사'를 중심에 세웠다. 그간 '집밥 백선생'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한 바 있고, '스트릿 푸드 파이터'로 외국에서의 먹방을 했으며, '한식대첩'의 심사위원,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요식업계의 멘토를 했던 백종원이었다. 그래서 이 역할들과 다른 요식업 장사와 경영이라는 어찌 보면 백종원의 본업이 이 프로그램의 역할로 세워졌다.
중요한 건 난이도다. 해외라고 해도 미국이나 일본 같은 이미 현지에 대한 정보를 다 갖고 있는 곳이라면 그 창업기(?)가 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당일 공항에서 모로코 마라케시로 가는 비행기표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가본 적도 없고 정보도 전무하며 말은 더더욱 통할 리 없는 곳. 무엇보다 백종원이라는 인물 자체를 전혀 모르는 곳. 모로코의 한 야시장에서 백종원은 과연 장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이 돋보여
이제 이처럼 외국에서 한식을 팔거나 대접하는 방식의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졌다. '윤식당'이 그 포문을 열었다면 '현지에서 먹힐까'가 그 저변을 넓혔다. 그러니 다소 뻔해 보이는 그 과정들을 모두 담아 보여줄 필요가 없게 됐다. '장사천재 백사장'의 첫 회가 주목됐던 건 그 과정들에 불필요하거나 뻔해 보이는 것들을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속도감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처음에 사전 미팅을 통해 해외에서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백종원의 인터뷰를 짧게 담은 후, 곧바로 공항 장면으로 넘어가 그 곳에서 모로코로 가게 될 백종원의 난감함을 보여준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위쪽에서 내려온 집게발이 백종원의 어깨를 잡고 마치 그를 들어 올려 모로코로 떨어뜨린 것처럼 편집을 통해 연출했다. 즉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20시간이 넘는 시간을 훌쩍 잘라낸 것이다.
그리고 공항에서도 곧바로 현지에서 장사를 하기 위한 사전조사에 돌입하는 백종원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현지 음식들을 먹어보고 그가 장사를 할 야시장을 찾아갔다가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 하나만 덩그라니 있는 걸 보고 난감해한다. 하지만 역시 백전노장답게 이내 정신을 차려 주변 상권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장소나 조리 도구 같은 것들이 하나도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이고, 그래서 그걸 구매하고 식재료를 사서 메뉴를 만들어 파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백종원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그 낯선 곳에서 꽤 능숙하게 일을 해나간다. 혼자서 장사의 미션들을 풀어나가는 그 과정은 마치 게임 같은 묘미를 주는데, 여기에 이장우와 뱀뱀이 직원으로 들어오면서 고독한(?) 준비과정에 예능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사실 그간 '현지에서 먹힐까' 같은 장사 예능은 초반의 텐션이 끝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정착되기 전까지는 긴장감이 계속 생겼지만, 일단 정착단계에 들어서면 보여주는 것이 다소 반복적일 수 있었다. 물론 향후 '장사천재 백사장'도 그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첫 방에서 보여준 선택과 집중은 향후에도 비슷한 장면의 반복 대신 새로운 변수들을 계속 기대하게 만든다. 첫 장사에서 주저하던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와 봇물 터지듯 장사가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음 회 예고에서는 그 지역의 텃세 때문에 어려움을 맞이하는 그런 장면이 주는 기대감이다.


◆백종원이 보여주는 장사의 노하우
'장사천재 백사장'에 합류한 이장우와 뱀뱀은 첫 회 등장부터 백종원의 든든한 지원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나 혼자 산다'에서 '가루요리'의 대가로 불리며 자신의 사부로서 백종원을 꼽곤 했던 이장우는 첫 장사에서 물어보지 않아도 척척 손발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뱀뱀은 현지 물가를 몰라 바가지를 쓰긴 했지만 남다른 소통 능력으로 하루 만에 그 곳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인싸 영업력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들의 참여는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장사의 묘미는 물론이고 예능적인 맛 또한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외식업 경영의 베테랑인 백종원이 보여줄 장사의 노하우들이다. 첫 회에서도 야시장의 다른 가게들과 달리 조리도구를 전면에 배치해 이른바 '보여주기식' 음식 장사를 시도하는 전략이 시선을 끌었다. 일단 그곳에서는 낯선 한국음식이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걸 눈앞에서 보여줌으로써 지나는 행인들의 발길을 잡아 끌어 놓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전략대로 현지인들은 마치 음식쇼라도 보려는 듯 그 곳으로 몰려 들었다. 또 보기만 하고 선뜻 자리에 앉지 않는 현지인들 앞에서도 백종원은 태연했는데, 그러한 '관망세'가 누군가 앉기 시작하는 순간 봇물 터지듯 바뀔 거라는 걸 그는 예상했고 그건 그대로 현실이 됐다. 오랜 장사 경험에 나오는 그러한 노하우들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재미요소가 될 거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과연 백종원이 직접 뛰어든 낯선 해외에서의 한식 장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다른 이가 아니라 백종원이고, 그것이 본업이기 때문에 그 스스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그 지점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첫 방 시청률로는 순조로운 4.9%(닐슨 코리아). 일요일 저녁에 출사표를 던진 이 예능 프로그램의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