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인세이셔블 연극리뷰] 실종된 한국사회의 예수 극단 신세계 <국산예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이비 종교 문제를 파헤치면서 한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JMS 신의 신부들, 적색수배 메시아, 오대양과 아가동산의 낙원은 그야말로 한국판 메시아의 구원을 한 인간의 타락한 욕망으로 신도(信徒)들의 믿음을 사유화한 집단 광기적인 현상들이었다. 만민의 신이 된 남자는 나약한 인간의 구원 소리와 예수를 향한 절규를 몸으로 채웠고 신이 된 남자는 악마가 되어갔다. 한국사회의 사이비 종교 논란은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넷플릭스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뿐인가. 일부 한국사회 대형교회들은 '헌금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고 예수 십자가 뒤로 믿음을 세습하며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나갔다. 그 누구도 종교 문제는 건드릴 수 없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구원의 성(경)벽으로 둘러싸여 예수 십자가는 그들만의 '믿음의 리그'로 철옹성이 되었다. 연극<국산예수>( 혜화동 1번지, 극단 신세계, 연출 전웅) 은 공연 제목부터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앗, 예수님이 국산과 수입이 있다고. 당황스럽다. '오직, 주 예수 믿음의 충만함'이 실종되고 있는 한국 사회 방식의 교회 문화를 바라보는 연출의 블랙 코미디적인 조롱은 도발적인 제목 짖기로 성공했다. 국산 예수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더 들여다보자. 기업화되어가는 현상은 한국 사회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교회들은 한국사회 예수를 믿음의 상품으로 몰락시키고 두툼한 헌금을 거룩한 주님의 이름으로 강요하며 교회의 외벽을 확장해왔다. 불투명한 재정의 불건전성으로 세습해오고 있는 교회들도 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대형교회는 유명 목사님의 믿음과 복음을 전파하는 설교의 구원투수로 나서며 신도들은 늘어나고 무수한 명목의 헌금들로 신축건물을 올리고 재벌기업처럼 계열 분리를 하며 믿음을 확장한 사례는 많다. 개척교회 목사님은 인근 대형교회들과 '신도의 전쟁'을 치르며 재정압박을 받으며 헌금 복음을 은근히 강요하는 사례는 넘친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연출 시선처럼 거룩한 예수님의 십자가와 성경 말씀은 실종되고 현란한 헌금 희생의 설교로 자본의 무게가 채워져 진정한 예수의 복음이 실종되어 가는 한국사회 믿음의 현상들을 체험의 방식으로 '국산 예수'로 희화화한다. 전운이 무대로 풀어내는 '국산 예수'의 이야기는 체험을 연극적으로 무대화한 것이니 과대한 상상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연극은 연극이고, 전웅의 말이 공감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넷플릭스 '신의 남자들' 처럼 상상은 금물이다. 한국사회 일부 교회 문화를'국산 예수'로 풍자한 것이다.

◆실종된 한국사회의 예수

연극<국산예수>은 반석교회 담임목사인 강필승(고용선 분)과 교회 살림을 맡을 정도로 믿음이 강한 딸 강한나는 모태신앙으로 아버지의 믿음을 섬기는 딸이다. 믿음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무신론자처럼 바라보는 아들 강영재(이강호 분)와 백 권사와 멀티(전도사, 조장로, 권장로, 백권사의 아들) 등장한다. 아들은 오직,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가부장적인 위계 분위기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필승이 담임목사로 있는 반석교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개척교회를 권 장로와 세운 목사 강필승은 1, 2층은 예배당으로, 불법으로 증축된 3층은 강 목사 가족들이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살아오면서도 믿음이 충만하지 못한 아들한테는'이 새끼, 저새끼' 하며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다. 반석교회 전도사로 오랜 세월 같이한 장로, 조성복(멀티,이시래 분)은 인근 대형 희망교회로 옮겨 물티슈를 나눠주며 비방과 뒷담화로 신도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육탄전까지 벌인다. 강필승은 조장로 한테 헌금설교를 은근히 강요받고 특별부흥회에서 "우리 반석교회가 보란 듯이 잘 나갈 수 있게 우리가 정성스레 번 재산을 주님께 바쳐야 합니다. 헌금을 내는데도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500원짜리 짤랑 짤랑! 아니, 무슨 하나님한테 팁 줍니까?"를 외치면서도 백 권사( 고민지 분)가 수백만 원씩 강 목사 앞으로 들고 오는 특별헌금을 외면하는 목사이다.

연극<국산 예수>은 강필승 목사와 아들을 중심으로 믿음의 풍경이 실종되어 가는 한국사회 예수를 풍자하고, 비틀면서도 연극적인 재미의 조미료를 첨가한다. 백 권사는 혼자 사는 강 목사를 향해 달짝하고 웃음 넘치는 애정 전선을 만들고 딸과 반석교회 남 전도사 사이에도 믿음 하나로 결혼까지 생각하는 관계로 설정한다. <국산예수>를 바라보는 연출의 시선은 아들과 동일화된 시선이다. 교회 헌금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 강사를 하는 아들은 모태신앙을 가졌으면서도 모든 것을 하나님을 향하고 희생만을 강요하는 믿음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어머니의 죽음도, 돈 때문에 대학병원은 갈 수 없다며 모든 것을 하나님 뜻으로 받아들이며 삶과 죽음도, 자녀들의 성장도 불법으로 증축된 살림살이로 살아가는 현실도 오로지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는 목사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들은 교회 살림을 위해 신도들한테는 짤랑거리는 헌금을 내지 말라고 설교하는 아버지를 무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희생의 믿음으로 바라보고 자본화되어가는 반석교회를 반감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아버지를 향한 마음만큼은 애틋하고 딸의 믿음은 충만하다.

이 정도 스토리로는 <국산예수>로 설정한 연극적인 구도를 형성할 수 없어서일까. 마지막 장면은 반석교회 십자가를 타격한다. 강 목사한테 낸 특별 헌금 수백만 원을 돌려 달라며 백 권사 아들 유덕창은 깽판을 부리며 십자가를 뜯어내고 가족들이 뒤엉키는 사이로 한국예수의 십자가는 부서지면서 특정 종교에 재산을 바친 모친의 반감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저격한 사건이 떠오른다. 마지막 장면은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리며 가족 모두 평온하게 식사하는 장면을 그린다. 가족 품으로 예수의 십자가를 투영하며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무신론적인 태도로 일관한 아들도 가부장적인 가족 중심의 교회 세습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믿음으로 희생을 강요하며 예수의 말씀은 헌금으로 채워지고 세습의 믿음을 이어가는 현상에 풍자성을 보이면서 한국사회 일부 부패해가는 교회 문화를 웃음으로 타격하고 '오직, 하나님'을 향한 강필승의 가족 분위기는 애잔하다.

◆혜화동1번지, 예수의 십자가 <국산예수>

혜화동 1번지의 무대는 마른모형 공간으로 좌·우 면으로 객석이 분할 되어 바라보는 구조다. 무대 전면 끝으로 십자가가 걸려있고 앞으로는 예배 단상이 보인다. 배우들은 주일예배를 드리러 온 신도(교인)처럼 관객들을 맞는다. 반석교회 강필승 목사의 성경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무대 구조는 가변적으로 장면으로 형상화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구조를 만들고 과한 장치는 걷어냈다. 교회 예배당과 사택 공간, 거리 등으로 실용적인 무대를 설정하고 있다. 연극<국산예수>의 구성은 이렇다. 우선 강필승과 아들의 대립 관계이다. 아들 강영재는 권장으로의 횡령을 침묵하며 권장으로의 압박으로 헌금을 은근히 강요하고 엄마의 죽음도 목사의 삶도 오직, 주님의 믿음으로 채워진다. 비싼 대학 진료도 거부하고 가족들한테 단호하고 거침없는 가부장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강필승이다. 아들을 믿음이 충만하지 않은 자식으로 바라보고 아버지 믿음의 삶을" 죽어라 공부해서 1등을 해도. 대학가도, 석박사를 해도, 다 하느님이 하신거다, 뭘해도 하나님,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이 아니라 제가 한 거라고요. 제가!"라고 말하며 무신론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버지의 믿음과 반석교회를 세습해가는 아들로 투영된다. 두 번째는 권장로의 불법 회계장부를 침묵으로 일관하는 강필승의 태도와 관계이다. 권사의 특별헌금과 강필승한테 달콤한 신호를 보내는 러브라인과 아들 유덕창의 폭력적인 절규와 반석교회와 희망교회의 신도쟁탈전 정도다.

<국산예수>는 4월 셋째 주 반석교회 주일예배를 시작으로 시간상으로는 2주 정도 간격이다. 강 목사 설교로 시작되는 되는데 에필로그 장면까지 총 12장의 옴니버스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필승 목사로 분한 배우 고영선의 설교 장면을 들어보자." (중략) 요즘 한국의 교회들을 보면 십자가를 중심에 두지 않는 교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교회가 무슨 기업도 아니고 덩치 키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가지고 뭐, 기업이라 칩시다. 대형교회들이 파리바게트마냥 막 문어발식 확장을 해대니까 동네 빵집 같은 작은 교회들은 다 죽으라는 겁니다, 뉴스를 보면 대형교회 목사들 4명중에 3명은 횡령이다, 비리다, 뭐! 그거는 마귀보다도 더한 놈들입니다. 여러분들도 옆에 대형교회 생기니까 옮겨가고 싶으세요?" 강필승의 설교는 주일예배 풍경으로 전달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이 터지면서도 희망교회의 조성복 장로의 대사가 떠오른다. "반석교회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목사님은 진짜 몰라요"하며 두 사람이 신도 전쟁으로 배신자, 깽값 등의 막말로 쏟아내며 거칠게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예수의 믿음은 실종되고 비리로, 대형교회의 과격한 전도의 몸집으로 전진하는 반석교회 민낯들이 들쳐지면서도 오직, 예수님을 향한 강필승의 믿음은 강렬하다.

강필승을 중심으로 교회의 횡령과 부패한<국산예수> 이야기인가 할 때쯤 백 권사(고민지 분)의 등장으로 무대는 개성 있는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웃음으로 전환한다. 백 권사가 강필승을 한테 결혼전 임신한 아들 걱정을 하며 수백만 원씩 특별헌금을 밀어 넣고 강 목사는 '혼전임신은 축복'이라고 말하면서도 개인 헌금을 받을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인다. <국산 예수>가 타격하는 지점이 한 개인의 횡령과 비리로 몰락해가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일부 교회 문화 폭로를 유턴해 횡령을 침묵하면서도 오로지 하나님뿐인 아버지와 믿음의 희생을 가부장적인 태도로 강요하는 갈등으로 점화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극진한 아들이고 딸은 오빠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모태신앙의 믿음을 가진 딸이다.

<국산예수>의 사건은 주일 시차를 두고 두 번 정도 발생하는데 한번은 권 장로 제안으로 반석교회 청년부를 맡은 남 전도사를 강 목사는 내보내겠다고 하고 딸은 임신했다며 맞선다. "딸년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목사를 누가 믿고 따르겠냐"며 거리고 " 평생 목사 사모로 살거냐"는 말에 목사 딸 보다는 났지 안냐며 받아친다."나 원래 아빠 딸 아니었잖아요. 목사 딸이었지! 나한테 목사말고 아빠였던 적이 있기나 해요?" 말에 강목사는 "(중략) 다 맞아. 평생을 목사라고 살았는데 하나님이 있었으면 지금 이모양 이꼴이 났겠냐? 교회는 엉망진창에다 집사람도 모자라서 자식새끼들까지. (중략) 하나님이고 교회고 그만해! 다 때려치워"라는 분위기 반전에 비로소 목사로 살아온 아버지의 믿음을 알게 될 때 쯤 마지막 주일예배 반석교회 예배당에서는 "주여, 이놈이 죄인입니다. 세상 유혹에 빠져 주님을 떠나려고 했던 죄인입니다. 제발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시옵소서" 회개의 설교가 울려 퍼진다. 백 권사 아들이 헌금을 돌려달라며 십자가를 뜯어내고 혜화동 1번지 <국산예수>의 십자가는 부러진다. 시간이 흐른 12월, 사택에서는 꼬장꼬장한 아버지의 믿음은 아들의 식사기도로 이어지고 그렇게 한국 사회의 교회는 가부장적인 질서로 세습되어가는 분위기를 형성시킨다. 마지막 장면이 그날 공연에서는 긴 시간을 할애했는데, 아마도 십자가 영상이 타이밍을 놓쳐서인지 가족의 평온한 침묵시간은 앞 장면들과 대비되면서 침묵의 은유로 어색하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강하게 전달하는 장면이 되었다. 오히려 장면에 여백이 많았으면. <국산예수>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모태신앙인 전웅연출의 시선으로 투영된 연극적 고백서사이다. 오직 주님의 믿음을 가졌으면서도 자식들한테는 완고한 아버지로, 투박한 가부장적 삶의 방식으로 자식을 대하고 오직 믿음의 희생을 주입하는 담임목사 강필승이 주님을 섬기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믿음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아들의 가족사이기도 하다.

◆극단 신세계와 전웅 연출<국산예수>

극단 신세계에서 <별들의 전쟁>, <생활풍경>,<공주(孔主)>들에서 연출부로 활동해온 전웅에게 작품은 데뷔작품이다.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입체낭독극으로 선보였고 두산아트랩(2023)에서 무대화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 작품은 재공연 형태이면서도 작품을 다듬으며 혜화동 1번지로 옮겨 초연 같은 분위기를 주었다. 극단 신세계는 김수정 연출이 <그러므로, 포르노>, <인간동물원초>, <파란나라>, <광인일기>, <생활풍경>, <망각댄스>, <공주들>, <김수정 입니다>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해오면서 김수정 연극의 배우들은 날것 그대로 무대로 전진하고 연출은 때로 가학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사도, 표현의 방식도 노골적으로 무대로 들어내면서 그 정점은 현실의 날카로운 비판과 문제 제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인간과 삶, 희생, 여성, 역사의 오류, 포르노, 폭력과 차별, 장애와 특수학교, 권력과 사회, 자기반성적 고백 등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 사회제도와 역사의 오류에 도전적으로 대하는 김수정연출 방식은 무대를 둘러 채우는 법이 없고 노골적으로 까발리고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때로는 그 방식이 불편하게 다가오면서도 돌직구로 쏟아내는 표현방식과 극단 신세계 스타일은 미학적인 구조와 세련미로 포장되지 않고 연극적인 질서와 구조도 불편해한다. 연극적인 재현방식을 싹 걷어내고 그 공간은 김수정 스타일의 배열로 채워진다. 어수선하면서도 어느 지점에는 정돈되어 있고, 거칠면서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들도 가공되지 않고 인간으로서 원초적인 배우의 감각을 더 선호한다. 연기는 때로는 투박해 보이면서도 감정의 신호와 진실은 확장된다. 극단 신세계 배우들의 거친 날것들은 '김수정 표'로 조화를 만들며 연기의 앙상블적인 멜로디로 작품의 극 중 인물로 관통되고 배우들의 연기는 역할로 살아난다. 정돈되지 않은 가공의 표현성이 무대를 활보하며 그려내는 극과 극 사이는 김수정의 질서가 되고 연극은 극단 신세계의 말의 방식으로 변화된다. 때로는 이러한 날것의 방식들이 명확한 극의 리듬으로 균형을 깨트리기도 하면서도 초기작품 <그러므로, 포르노>와 <인간동물원초>를 거치며 표현된 작품에서는 날것의 불편함을 무대로 배치하고 타격하는 과격함은 극으로 정제(精製)시키려는 연출의 방식으로 명료해지고 배우들의 연기도 극으로 스며들고 있다.

전웅 연출의 <국산예수>도 도발적인 제목으로 김수정 연출의 돌직구 스타일과 닮았으면서도 목사 아들의 고백서사로 한정된다. 전웅은 구원의 믿음보다는 한국 사회의 교회 문화가 대형교회 중심으로 확장되고 설교는 헌금으로 두께로, 믿음은 가부장적인 질서로 세습되어 예수의 믿음이 실종되고 있는 현상을 <국산예수>화 시켜 비판적인 풍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들 강영재는 연출의 동일화된 내면이며 목사 아들로 자라면서 느껴온 전웅이다. 강영재는 극에서 오직 주 예수님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의 믿음에 반기를 든다. 가족의 온기는 사라지고 어머니의 죽음도 아버지의 치료도, 모든 삶의 방식을 주 예수께 의지해 살아온 아버지는 고집불통의 투박한 아버지이다. 연극을 하는 전웅은 가족의 믿음의 질서가 종교적 자유와 각자 방식의 삶으로 존중받지 못하며 무조건적인 예수님의 의지로 살아가는 강필승에 반항적이면서도 모태신앙의 믿음은 거부할 수 없는 아버지로, 목사로 받아들여지고 가족은 영원히 예수의 십자가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번 작품은 몇 가지 연출의 장점이 보이면서도 불완전한 것들이 눈에 띈다. 장점은 배우들 연기다. 극단 신세계 방식대로 때로는 날것의 연기로 캐릭터를 형성하면서도 장면의 템포와 장면전환의 속도를 유지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배치한다. 백 권사와 강필승을 중심으로 폭로전으로 이어질 것 같은 극의 분위기는 강 목사를 인간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가족과 개인의 인생을 오로지 주님을 향해 가는 강직한 담임목사의 이미지를 적당한 장면으로 썰어 넣는다. 장면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면서도 은근한 특별헌금과 아들 유덕창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믿음의 문화를 적당하게 타격하는 힘도 좋다. 특히 강필승으로 분한 고용선은 때로 자식들한테는 투박한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믿음이 충만하고 강건한 담임목사 이미지로 그려내면서도 헌금설교와 권장로 요구를 침묵하며 반석교회를 오직 주님의 믿음으로 이끌어가려는 장면에는 인간의 연민이 흐르고 애잔하다. 고영선은 목사와 아버지의 캐릭터를 극중 인물로 살려내며 설교는 마치 주일예배와 부흥회에 온 것처럼 닮아있다. 반석교회 담임 목사의 이미지를 배우의 표현방식으로 형상화했고 연기가 좋다. 백 권사로 등장한 고민지는 20대 아들과 살아가는 독특한 중년여성 이미지를 연기로 쏟아내고 사투리가 섞인 묘한 표준어 억양으로 수백만 원을 특별헌금으로 내밀며 웃음으로 무대를 채우면서도"목사님, 나 기도 좀 해주세요. 내가 진짜 요즘 사는게 너무 힘들어가지고"하며 애정의 감정을 형성하며 극중인물의 삶과 극의 분위기를 살려낼 정도로 배우의 감각이 좋다. 아들 이강호, 딸 박태인, 멀티로 분한 이시래 까지 파편적 옴니버스 장면을 극중인물로 속도감 있게 전환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때로 날것 연기의 감각은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인물의 말과 행위로 전달될 때 감정의 균형을 이탈하는 소음이 될 수 있고 장면과 장면사이는 모호한 상태의 극으로 채워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거칠게 발화되는 배우들 대사의 소리를 극 안으로 안정적으로 잡아당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연기는 날 것처럼 보여지는 정제된 표현의 방식이며, 날것 그대로는 극중인물로 동화될 수 없는 배우의 감정의 감각으로만 의존될 때 극 중 인물로 채워지는 무게는 깨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드라마 구조이다. 극으로 내재하고 있는 헌금설교, 불법 증축, 헌금 횡령, 신도의 전쟁, 대형교회의 사회적 문제, 아들과의 종교적인 갈등, 교회 세습문화는 연출이 바라보는 한국사회 국산 예수의 현상만큼이나 사건들이 파격적이지 않다. 자기 고백적인 가족사 정도로 비쳐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 아버지 강필승을 중심으로 작가는 투박한 가부장적인 태도로 믿음의 희생을 강요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아들과 갈등하는 대립적인 구도를 만들며 아버지와 목사 강필승의 두 모습이 교차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평행적으로 그려지며 국산 예수의 강렬한 민낯도 아들과 가족의 애잔한 아픔도 크게 다가서지 못한 채로 목사의 아버지를 둔 아들과 가족 이야기를 웃음의 풍경으로 담아내는 정도가 되었다. 국산 예수의 그릇된 문화를 타격하려면 현상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아들과 강필승의 갈등의 구도는 한국 사회 국산 예수의 현실을 그리는데 재료가 되어야 하는데, 이야기가 평행적으로 흐르며 극적인 대비 감을 들어내지 못한 채 목사의 아들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연출 전웅 가족의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좁혀 말하면, 한국 사회 국산 예수의 풍경을 확장할 것인지, 믿음을 강요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확대할 것인지가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폭발음이 없는 구도는 마지막 장면 십자가가 부서지는 장면이 설정으로만 다가오고 의미는 모호해질 수있다. 전자(前者)를 선택한다면 연극적인 가공의 설정이 필요하고 가족을 선택했다면 그 아픔이 더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웅은 연출로도, 작가로도 정직하다. 이번 데뷔 연출작 <국산예수>는 강렬한 사회적인 파열음은 형성하지 못했지만, 성과는 크다. 다음 작품이 기대될 정도로 연출적으로 장면의 구도를 무대로 배치하는 감각이 보이는 기대되는 신진연출가다. 이후 작품은, 경험을 줄이고 작가적 허구와 가공의 역량을 무대로 키우길. 장점은 전투적으로 무대를 채우려는 것이고, 아쉬운것은 공간과 장면에 여백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