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배어나온 상처투성이 얼굴, 기괴한 표정을 한 얼굴들이 나란히 걸렸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다친 모습이나 곁눈질, 고집스러워보이는 입매를 그대로 살렸는데, 흔히 보던 초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그림이다.
작품의 이름은 '아웃사이더'. 대구 출신 장경국 작가의 2023년 신작 시리즈다.
'아웃사이더'는 흔히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혹은 사회와 집단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외부인을 말한다.
작가는 희망이나 긍지를 상실한 듯한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마치 '삶이 곧 전쟁'이라는 듯 처참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고통스러워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를 그려놓았다.
류병학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초기 작품세계가 현대인의 부조리를 나타냈다면, 중기 작품세계는 생의 공허를 깨달은 한 화가의 정신세계를 드러냈다"며 "이 시기 제작한 작품의 저변에는 삶의 허무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는 인물이 주로 등장한다. 2020년 작 '웃는 남자'는 무표정한 남자의 입가에 기괴하게 상처를 낸 것처럼 표현했다. 웃지 않아도 웃고 있는 '웃는 남자'다. 이 역시 타인 앞에서 웃고 싶지 않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는 현대인의 내면을 반영한 듯 보인다. 중요한 것은 외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그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내면의 상처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몽상가' 연작도 눈에 띈다. '몽상가 Ⅰ'(2021)은 상처투성이의 남자가 눈을 감은 그림이고 '몽상가Ⅱ'(2022)는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에 둘러싸인 사람을 그렸다. 또한 '몽상가 Ⅲ'(2022)는 하늘로 솟은 머리카락과 함께 잎이 자란 남자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다.
작가는 1997년부터 간헐적으로 일명 '몽상가' 시리즈를 작업해왔다. 대담하지만 세심한 붓질로 자신의 몽상가적 기질을 우리 인생에 대입해,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몽상한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는 인물을 상상을 통해 표출해내려고 한다. 그러나 완전한 허구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각각의 얘기 속에서 비유적, 은유적으로 표현된 인물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주변의 실재적인 인물들로 연상되거나 상상되길 바란다. 또한 그 허구의 인물들이 관객의 감정이입과 공감을 통해 실존적 인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갤러리R(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에서는 이외에도 '꽃을 든 남자', '화가의 방' 연작과 정물화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회화 30점, 드로잉 21점 등 총 51점의 신작이 전시된다.
한편 장경국 작가는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94년 졸업과 함께 백아갤러리가 당시 대구지역 미대 졸업생들 중 유망 작가를 선정해 기획한 '신인전'에 초대돼 출품했다. 2007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며 휴관일은 매주 일, 월요일이다. 02-649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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