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64>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사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책 추천해달라는 말은 평생 들을 말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평소에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아, 그럼 이쪽 서가에서 15분 정도 둘러보시면 원하시는 책을 구하실 겁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뿐더러, 책을 고르는 것에 있어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느끼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이 컸던 '이기적 유전자'를 추천하곤 한다.

어릴 적 사서라는 직업은 원래부터도 장래 희망 목록에 들어있었지만 그 목록을 하나로 줄여준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도서관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처음 접한 나는 며칠에 걸쳐서 빠르게 완독하고는 생각했다.

'오,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기적 유전자는 과학교양서적으로서 대중에게 유전자 행동 메커니즘을 재밌고 쉽게 설명해준다. 최초로 자신을 복제하는 유전자가 나타난 이후부터 유전자가 하는 기본적인 행동방식, 유전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하는 행동, 게임이론,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의 실험 등의 연구 이론들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쉬운 예시와 설명으로 관련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읽기 쉽게 만들어준 책이다.

특히 내가 재미있었던 부분은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점을 설명해준 부분이었다. 어릴적 본 만화영화 포켓몬스터나 디지몬에서 매화 나오는 '진화'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진화하면 외형이 멋져지고 능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진화는 막무가내로 일어나는 돌연변이 중 대부분은 도태되고 그때그때 환경이 맞아 번식이나 생존에 유리한 돌연변이 유전자들이 운좋게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는 결과물이었다. 결국 대장균이든 바퀴벌레든 원숭이든 인간이든 지금까지 생존한 생명체들은 그들 모두가 현시점에선 '최종 진화 형태'인 셈이다.

과학책을 보고 장래 희망을 사서로 정한다는 것이 웃길 수도 있지만 역사책만 자주 보던 내가 다른 분야의 책들도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고, 여러 분야를 다루고 제공하는 사서와 도서관이 멋지다, 미래에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건강, 취업, 자녀, 관계, 미래…. 누구나 여러 이유로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중 어떤 걱정은 우연히 재미로 집어든 책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내가 과학책을 보고 장래희망을 사서로 잡았던 것처럼. 오늘은 도서관의 어떤 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용자를 바꿀까 기대해본다.

허솔 대구 고산도서관 사서
허솔 대구 고산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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