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류승원 씨의 동료 고 조영호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매일신문과 함께 낙동강 전체 생태 탐사…자연 복원 개념 알리기에 앞장"

2004년 비슬산 생태 탐사 교육 당시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고 조영호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오른쪽 두 번째 파란 셔츠 입은 남성)의 모습. 류승원 씨 제공.
2004년 비슬산 생태 탐사 교육 당시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고 조영호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오른쪽 두 번째 파란 셔츠 입은 남성)의 모습. 류승원 씨 제공.

조 박사, 나 류승원 입니다. 잘 지내고 있소?

지난 가을에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서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건강에 문제도 없었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해 사람들이 "아, 아까운 사람이 갔구나"라며 안타까워 했어요. 마치 자연의 모습처럼 욕심부리지 않는 '도사'같은 사람이었는데 떠나갈 때도 그렇게 홀연히 떠났네요.

우리의 인연을 찬찬히 복기해 봅니다. 1986년 쯤이었나요, 대학원 시절 만난 조 박사는 그 때도 자연을 닮아 참 수더분하고 소박한 사람이었지요. 산불이 났을 때 자연의 복원과정에 관해 연구하면서 인공적인 조림 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의 복원 과정을 이야기해왔었지요. 항상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복원성을 통해 자연이 보존된다"고 주장했던 게 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에 인위적인 무언가가 들어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요. 산이나 계곡에 있는 임도나 사방댐에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임도에 관해서도 관계기관에 심의위원으로 활동할 때 "삼림을 인간의 관리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연물로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함부로 임도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해왔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조 박사는 신천이나 동화천처럼 지역의 하천도 참 아꼈었지요. 신천이 콘크리트에 덮여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조 박사는 "만약 신천 둔치를 조경하려면 하천 식생과 어울리는 버드나무나 갈대 위주로 심고 콘크리트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 동화천 보존에 대해서도 많이 노력했는데 지금 동화천이 흐르는 연경동이 결국 개발로 인한 인위적인 모습으로 변한 걸 보니 아쉬운 마음이 큰 게 사실입니다. 조 박사의 마음도 다르지 않겠지요?

나와 같이 영남자연생태보존회를 만들면서 많은 활동을 했었지요. 그 때 매일신문과 함께 1년간 낙동강 전체의 생태를 탐사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신문 지상에 보도했었는데 그 때 어찌보면 대단한 일을 같이 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지면을 내 준 매일신문도 큰 결심을 한 것이었고, 그 때 탐사를 통해 생태계, 자연 복원 등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 뒤로도 비슬산이나 신천 등에서 생태 탐사 교육을 진행하며 많은 아이들과 교사들을 만났지요. 그 때 교육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늘 자연의 복원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의 수용범위 내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지요. 교육받을 사람들을 모으고, 탐사 장소를 찾고, 이동을 위해 버스 대절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뜻을 알아주고 실천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나게 했었지요.

10년 전부터 나 또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건강도 안 좋아지고 해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직을 내려놓고 청도에 내려와 살고 있습니다. 조 박사에게 보존회를 맡기고 내려온 뒤 연락도 자주하며 지내긴 했지만 보존회에 도움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나보다 나이도 적은 사람이 먼저 간 것도 안타깝고, 조 박사처럼 자연에 관심이 많으면서 식물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조 박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떠나간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제 자연으로 돌아갔으니 우리가 당신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힘 내겠습니다. 지켜봐 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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