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예술축제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7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고 94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ek like water)'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예술공간
집 등 광주 전역 5개 전시 공간에서 오는 7월 9일까지 펼쳐진다.
전시 기획은 이숙경 예술감독이 이끌며, 케린 그린버그 협력 큐레이터와 임수영·최장현 보조 큐레이터가 함께 한다.
◆주제 담은 다양한 전시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 신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수년간 해안도시의 생태적, 역사적, 산업적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물 주변이나 수면 아래서 소리를 녹음해온 타렉 아투이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한국의 지역 장인과 음악가들과 협력해 제작한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를 선보인다. 관객 참여 워크숍을 통해 연주되는 이 작품은 새로운 만남과 비물질적 연결이 이뤄지는 시공간을 제공한다.
일본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고이즈미 메이로의 5채널 영상 신작 '삶의 극장(Theater of life)'은 광주 내 소외된 공동체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1930년대 조셉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조선족 인구를 지칭하는 '고려인'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추적한다. 1932년 설립된 고려극장의 기록물을 프로젝트 출발점으로 삼아, 광주의 고려인 청소년들과 함께한 역할극 워크숍을 통해 한 개인이 본인의 환경과 정체성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연극적 충동'을 탐구한다.
태국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타이키 삭피싯의 '스피릿 레벨(The Spirit Level)'은 물의 정치성을 탐구하기 위해 메콩강 주변 주민들의 인생, 꿈, 그리고 기억을
기록한 영화다. 농어민 공동체가 애니미즘∙샤머니즘적 관행을 통해 생태학적,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고 생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작업 세계 확장판 전시
광주비엔날레 큐레토리얼팀은 참여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이 연구하는 주제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홍이현숙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통해 인간과 자연, 무생물의 공생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북한산 승가사에서 화강암 조각을 만진 경험을 서술하는 신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월출산 시루봉'은 전라남도 월출산의 암벽을 등반하는 작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앤 덕희 조던은 인터렉티브 로봇 연작을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새로 설계된 이 로봇들은 해양 생물, 기술, 성, 영양 및 생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부터 발전해온 몰입형 설치 작업과 융합돼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고안된 장지아의 청사진 시리즈는 여성 신체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금지된 관습과 암묵적으로 수용돼온 관습 체계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 휠'(2014)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단계로 진전되는 작가의 개념적 여정을 담아낸다.
◆전시장마다 장소 특정적 작품
광주비엔날레는 행사가 펼쳐지는 장소들의 독특한 건축, 역사, 문화적 맥락에 맞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립광주박물관 정원에서는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핍 피치(Sopheap Pich)가 일상에서 찾은 알루미늄 집기를 재활용해 백일홍 나무의 형상을 만들어낸 조각 연작 '춤(La Danse)'를 볼 수 있다.
일본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 근대화 과정에서의 기독교 복음 역사를 담고 있는 양림산 기슭의 예술공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아마존 지역 풍경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담고 있는 비비안 수터의 연작,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리 유코가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 'I/O'가 전시된다.
무각사에서는 다야니타 싱, 류젠화, 흐엉 도딘 등의 작가들이 삶의 순환에 대해 고찰하는 명상적 작업이 전시된다. 다야니타 싱의 영상 '모나와 나'는 작가가 사진기자로 활동할 당시 우연히 만나게 된 인물 모나 아메드와 한평생 이어나간 우정과 동료애를 그리고 있다.
중국 도자 전통을 재해석하는 류젠화의 작업 '숙고의 공간'은 '깨어남'에 대한 선불교의 일화를 연상시키며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고,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에 이민해 정착한 흐엉 도딘의 추상 회화는 붓의 작은 움직임, 미묘한 색채의 변화 등 포착하기 어려울 만큼 섬세한 표현을 통해 창작의 내적 동기를 추적한다.
지난 10년간 지역 작가들의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개최해온 예술공간 집에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는 나임 모하이멘의 영상 작업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영된다.
한편 7, 8일에는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 내셔널'과 함께 심포지엄 '합류: 미술과 행성의 이야기'가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리며, 다양한 시민 참여 공공프로그램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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