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와룡산 편백 자락길의 준공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무심하다는 세월도 의미 남김에는 소홀함이 없다. 코로나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듯 들이닥친 봄기운에 꽃들은 두서없이 피고 진다. 벌·나비들의 한숨이 곧 들려올 것 같지만 봄 햇살에 취한 와룡산은 연둣빛 치장에 여념이 없다.

쓰레기 매립과 개구리 소년 사건으로 체면은 구겨도 와룡산은 여전히 금호강과 성서산단을 위엄스레 내려 보고 있다.

산단 대개조 사업과 스마트 그린산단 사업 그리고 대구산업선을 호기로 대구 성서 지역은 새로운 활력을 갈급하고 있다.

이에 달서구는 서구, 달성군까지 품는 해발 300m 와룡산의 완만한 산세와 접근성을 활용한 자락길을 계획하였다.

폭 1.2~1.5m 산길을 자락길 구간 70%를 차지하는 개인 및 문중 땅을 수평적으로 양분하며 개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2년 우여곡절 끝에 달서구 신당동 KT 주변에서 서구 경계 지점 경원고에 이르는 4.8㎞ 자락은 4월 8일 준공되었다.

미승낙 3필지 구간은 미흡하지만, 응해 준 허씨 문중, 도씨 문중, 김씨 문중 그리고 32필지 개인 지주님들께 감사드린다.

주변 15개 학교를 품은 자락길은 배실공원, 배실웨딩공원, 불미골, 선원공원 숲속놀이터, 개구리 소년 사연 등 곳곳을 매력화하며 잇고 있다.

경관적 가치와 산림 치유 인자를 활용한 자락길은 환경보전과 숲속 산책의 안전성과 편의성 그리고 재미성에 중점을 두었다.

2개의 출렁다리와 식재된 편백나무, 고로쇠나무, 밤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가중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수목들은 발길을 유혹해 갈 것이다.

특히 피톤치드 가득한 구목 편백나무는 그동안 5천700그루를 심었지만 앞으로 지속 식재될 것이다.

어디서나 쉽게 접근되는 와룡산 편백 자락길은 서구 계성고등학교 뒤 1천여 편백나무 군락지(서구 부구청장 시절 식재)는 물론 달성군 지역과도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보듯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한 불굴의 의지와 실천은 기적 같은 숲의 행복감을 생산해 준다.

신이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인들은 나무를 갈망한다. 사람은 나무 곁에 있을 때 쉼(休)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위기에 생존하기 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나무는 심어져야 한다.

멋 훗날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길은 지역에 무한한 행복감과 자부심은 물론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일 것이다.

서쪽에서 시작된 자락길은 갓 심긴 편백나무 단지를 지나 출렁다리를 거치면 곧 연인 길과 연리목과 커피향이 가득한 배실웨딩공원을 만나게 된다. 그 후 가파른 계단을 견디면 고로쇠나무와 밤나무숲이 될 불미골이 기다린다. 공중 목교를 잠시 지나면 선원출렁다리가 겸손히 엎드리고 있다. 용강서원을 뒤로하고 능성으로 오르면 어린이 숲속놀이터가 반겨준다.

32년 아픔을 기억하듯 청소년숲속체험놀이시설이 준비되는 가운데 정상을 향하다 보면 솔바람이 오른쪽 숲길에서 손짓할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끌리다 보면 어느덧 초화류 꽃길이 종착지를 가리킨다.

대구 두류신청사 시대를 대비한 와룡산 편백자락길은 도시 문화와 자연 친화적 관광을 도시숲으로 융합해 연결하는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 역할을 할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과 근거리로 평행하듯 펼쳐진 편백자락길은 회색 도시에 생명을 입히는 그린시티 달서구의 그린카펫 정책의 승리이자 훗날 대구의 힐링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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