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학생들에게 마약음료가 유포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7일) 붙잡은 마약 제조 및 전달책 2명에 대해 오늘(8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포 조직 외에도 제조 조직과 부모에 대한 협박전화를 맡은 조직 등이 나뉘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는데, 실제 피의자들이 붙잡힌 것이다.
마약음료 제조는 강원 원주에서 이뤄졌고, 협박전화 번호를 중계기(심박스)로 변작(變作)한 곳은 인천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윗선, 즉 총책 등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은 여러 정황이 중국을 가리키는 데 따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 중국 당국에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로폰 등의 성분이 든 마약음료를 제조, 고속버스와 퀵서비스 등을 이용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어제인 7일 오후 4시40분쯤 강원 원주시에서 A씨를 검거했다.
이보다 조금 앞서 경찰은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로 휴대전화 번호를 변작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7일 오후 2시 50분쯤 인천에서 B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준 알바들의 윗선인 셈인 A, B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좀 더 윗선, 즉 총책에 대해 수사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6시쯤 대치동 은마아파트사거리 인근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40대 남성과 20대 여성 등 2명을 경찰이 추적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장에서 2인 1조로 학생들에게 접근해 '메가 ADHD'라는 상표가 붙은 음료를 나눠준 일당 4명 중 2명(20대 남성, 20대 여성)은 자수했고, 2명(40대 여성, 20대 여성)은 경찰 추적으로 붙잡혔다.
이들은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고 속여 학생들에게 음료를 마시게 했고, 구매 의향 조사 목적이라며 부모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피해자 부모들에게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다만 이들 모두 자신들이 나눠준 음료에 마약이 들어있는지 몰랐다며 자신들은 일종의 '알바'라고 진술했고, 급여를 4명 중 1명이 받아 다른 3명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일한 것도 감안, 경찰은 배후 조직이 중간책을 두고 점조직을 구성해 마약음료를 학생들에게 유포한 것으로 추정한다.
바로 이같은 점조직 운영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7일) 마약범죄수사대는 물론, 보이스피싱 수사에 능한 금융범죄수사대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점점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약음료 100병의 용기(음료 병)가 중국에서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당이 마약음료를 먹인 학생들로부터 알아내 그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등의 수법이 중국식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피해자는 협박 전화에서 '조선족' 말투를 들었다고 했는데, 이 역시 뉴스와 영화·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익숙히 알려진, 중국식 보이스피싱의 오래된 특징이다.
특히 협박 전화 발신지가 중국으로 확인됨에 따라(인천의 중계기 변작을 거쳐 학부모들에게 연결), 경찰은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에 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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