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무리 동맹이라지만, 美 '우크라 문건'에 한국·이스라엘 감청 정황

온라인에 100쪽 분량 보고서 유포, 미 국방부 이어 법무부도 조사 착수
韓 관리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물품 전달해 압력 우려”
지난해 11월 한국이 미군에 155mm 포탄 제공 결정과 연관

오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한미정상회담(이달 26일)을 앞둔 시점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 미국이 한국·이스라엘 등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아무리 동맹이라지만, 이런 감청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이에 어느 정도 선에서 진상파악 및 재발방지 요구를 해야 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 중 최소 두 부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미군 포탄을 공급할지를 놓고, 한국 내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부분은 "한국의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품을 전달해 압력을 가할 것을 우려했다"고 적혀 앴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이 미군에 155㎜ 포탄을 제공키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도 연관된 내용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한국 내 논의가 어떻게 파악됐는지가 설명됐는데, 정보기관들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를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신호 정보 보고'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NYT는 "이런 도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연합뉴스

이밖에 2월 초중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고위급 인사들이 베냐민 네타햐후 총리가 제안한 사법개혁안에 항의하는 자국 관리들과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 국방부는 이미 자체 조사에 들어갔으며, 미국 국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문서 유출 경위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기밀 유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으로써 향후 외교 관계에 악영향(주요 국가들과 정보 공유 협조가 원활하지 못할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4chan' 등에 유포된 후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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