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광은 친일, 고스톱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학생운동을 경험한 586세대에게 '반미와 반일' '친미와 친일'은 익숙한 프레임이었다. 군사독재정권의 배후에 미국과 일본이 있다고 규정한 '학생운동권'은 반미·반독재 투쟁을 구호로 내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반미면 어때?'라는 충격적인 화두를 던지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도 그런 운동권 의식을 대변한 것이다. 40여 년이 흘렀지만 그들의 의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맺고 이라크 파병을 관철하는 등 국익 우선과 실용주의라는 외교의 기본을 잘 챙기긴 했다. 그러나 노무현의 유산을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는 국익도 무시하고 실용주의도 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데 이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개인 청구권 인정 판결은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았다. 민주당의 반일(反日) 프레임은 '총선은 한일전이다' 'NO JAPAN'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총선 등 국내 정치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등 과거사 문제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등 수많은 난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와 대중 관계 등에서는 '한미일' 3국 공조로 대응해야 하는 특수한 관계다. '얄밉지만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절친'이 일본인 셈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일본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이 많았지만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욕구가 터진 곳이 일본이다.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하이볼 열풍'도 사실상 일본에서 유행하는 음주문화의 영향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며칠 전 부산에서 17개 시도지사들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식당의 옥호(屋號)가 '일광'(日光)임이 알려지면서 '일광'은 친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야권의 친일 공세가 일본에 여행 가는 국민들을 친일파로 매도하고 비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수 의석으로 국회 입법권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이 일본 닌텐도가 개발해서 국내로 들어온 왜색(倭色) 짙은 '화투'와 고스톱 게임까지 금지시키고 처벌하는 법안을 제정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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