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장 최초로 수집한 수집품으로도 잘 알려져있죠. 정선이 76세 때 그린 작품으로, 진경산수화의 최고봉으로 꼽힙니다."
장진아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관이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어두운 공간에 단독으로 걸린 인왕제색도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 맞은편이 놓여진 의자가 눈에 띄었다. 학예연구관은 "관람객들이 비 온 뒤 물기가 가시지 않은 인왕산 숲 속의 기운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고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언론 공개회를 열었다.
11일부터 7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증 1주년 기념 전시를 일부 재구성한 것으로, 국립광주박물관에 이어 지역 국립박물관으로는 두번째 선보이는 순회전이다. 고 이 회장의 기증품 중 190건, 348점(국보 6건·보물 14건)을 선보인다.
전시는 제목처럼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받고 그의 집을 찾아 수집품을 감상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이어간다.
박물관 중앙홀에 들어서자 고 이 회장이 기증한 석인상(石人像·돌로 사람의 형상을 만든 조형물) 5점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수집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에 놓인 석인상들은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의미를 담았다.
'수집가와 나누는 대화'를 주제로 한 1부 전시장에는 삶의 공간을 채우는 목가구부터 조선시대 달항아리, 근대 회화작품들이 전시됐다. 책가도에서 착안해 책장형 진열장에 수집품을 전시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수집품들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볼 수 있는 터치형 키오스크도 설치됐다.
2부 전시는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한 고 이 회장의 수집 지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권249,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사발 등 쉽게 보기 힘든 국가지정문화재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2부 전시장을 나오기 전 만나는 고려 10~11세기 범종은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와 함께 파동 영상을 연출해 더욱 장엄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 대구 전시에서는 이전에 선보인 적 없는 수집품들도 최초로 공개됐다. 경북 고령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지는 '전(傳) 고령 유물'과 대구 비산동 청동기, 안중식의 '적벽야유도' 등 한국 근대 회화 13점을 비롯해 장승업의 '화조영모도' 등 3건의 병풍도 고 이 회장의 기증 이후 처음 전시됐다.
또한 '인왕제색도'(4월 11일~5월 7일)와 김홍도의 '추성부도'(6월 13일~7월 9일)은 작품 보호를 위해 한달만 전시된다. 조석진의 '화조영모도'(4월 11일~5월 28일)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5월 30일~7월 9일)로 교체될 예정이다.
전시장 앞에는 실시간 입장 인원을 파악할 수 있는 무인계수시스템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의 일반 관람은 사전 예약 없이 진행되며 무료다. 때문에 국립대구박물관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실시간 입장 인원을 120명으로 제한한다. 관람 인원이 많으면 대기 후 순차적으로 입장하게 된다.
김규동 국립대구박물관장은 "광주에 이어 지역에서는 두번째 순회전인만큼 지역민들이 많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수집가의 집에 초대 받는 느낌으로 방문해, 모든 장르에서 최고의 수준을 갖춘 컬렉션을 감상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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