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나는 생각보다 강하다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이재근 신부

"좋아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뭐야?"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차이가 있다.

원하는 것은 보통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성취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높은 연봉을 받거나 명성을 얻는 것, 특정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 등이다.

이 감정은 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 '저 사람처럼 나도 갖고 싶어' '저 사람처럼 나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와 같이, 외부에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우리는 원한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뤄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이는 단순히 내가 즐거움을 느끼고 흥미를 느끼며 만족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기준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 뿐이다. 내가 싫어하지만 다른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똑같이 좋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미 그 노력을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될 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의 목적은 '성취감'이 아닌 나의 만족감과 기쁨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한 행위인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생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늘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며, 또한 우리 삶에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찾고자 노력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잘 구별하고 추구해 나간다면 매 순간 행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며, 때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서 우리 삶을 방해하거나 원치 않았던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그 순간을 그냥 직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일요일, 가톨릭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이라는 가장 큰 축제의 시간을 보냈다.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과 승리의 대립을 넘어 인간에게 큰 희망을 안겨준 사건이다. 바로 죽음을 이긴 사건이다. 이는 곧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어려움과 고통, 슬픔과 상처, 죽음과 결별에서도 이길 수 있음을 알려준 사건이다. 즉,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자 가장 완벽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가다 보면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외적인 상황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모습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우리는 그 상황을 버텨낼 것이고, 버텨낸 시간 동안 강해질 것이며, 강해진 나 자신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칠 때 두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나는 생각보다 강하며 지금도 강해지고 있다. 내가 약해도 나의 뒤에는 온 우주를 만드신 신이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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