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50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
12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열고, 직지 하권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글과 사상의 전파 측면에서 인류에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를 중심으로 인쇄술의 역사를 되짚어보고자 마련됐다.
직지는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된 바 있으며,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처음이다.
그간 여러 박물관이 직지를 임대해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매번 불발됐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수장고에 오랜 기간 보관됐던 직지의 현 상태가 어떤지, 어떤 형태로 전시될 지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시회장 안내문 등을 통해, 백운 스님이 말년에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1377년 간행한 직지가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고 소개했다.
직지는 도서관 1층 전시회장 초입에 있는 '구텐베르크 이전의 유럽' 섹션에서 투명한 유리 안에 놓였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얼룩덜룩한 부분이 있지만 활자는 선명하게 남아있어 글자를 식별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모습이다.
직지는 완전히 펼쳐지지 않고 뒷부분이 떠있는 상태로 전시됐는데, 직지를 펼칠 때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설명이다.
또한 프랑스국립도서관 측은 펼쳐진 장이 불교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비이원성'(non-dualite)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전시 개막일 전날 문화재청과 직지 공개 특별전 지원 및 학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로랑스 앙젤 도서관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직지가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 품에 들어온 이후부터 보편적인 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프랑스와 한국 기관이 협업해 2021년부터 직지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석을 진행해왔고, 이를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또다른 한국 자료와 비교·대조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세계 인쇄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정확히 78년 앞선 인쇄본이다. 상·하 2권으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에 남아있다.
이번 전시회는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약 3개월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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