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이제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고등학생에게 유통되는 등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마약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해야 '마약의 일상화'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마약복용자는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
대구가톨릭대 약학과 교수, 약사 등으로 활동하던 이 본부장은 지난 2003년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 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약퇴치운동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막상 강의를 다녀보니 많은 사람들이 약물에 대한 기초 상식이 부족할뿐더러 마약 중독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치료 시스템도 미흡한 상태였다"며 "약사로서 마약에 중독된 분들이 일상을 되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는 그간 마약퇴치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한 그는 통계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치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마약 복용자는 10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검거된 마약사범의 숫자는 1만8천명을 웃돌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검거되는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초범자가 늘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마약퇴치본부를 찾아오는 상담자 대부분이 중·장년층 남성이었던 반면에 최근에는 10명 중 5명 이상이 젊은 세대이고 특히 여성들의 비율도 많이 높아졌다"며 "개인적인 호기심 또는 타인의 권유 등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마약 범죄에 관한 예방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학교보건법에는 흡연이나 음주뿐 아니라 마약류를 비롯한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마약 관련 교육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 본부장은 "이제는 각종 SNS를 통해 오히려 청소년들이 마약 등에 더 쉽게 노출되는 만큼 예방 교육을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성 있는 강의 내용도 필요하다. 그는 "단순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 실제 마약에 빠져들면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본부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 중독자의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 공연을 진행하는 등 여러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부족한 예방 교육…'마약 중독자'의 재사회화 시급
검거된 이들이 추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활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범죄 예방, 검거, 후속 조치까지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얼마 전 상담을 한 여고생 A씨를 통해 이 같은 조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A씨는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학창시절에 마약에 빠진 케이스였다. 주변 선배들과 친구의 권유로 시작해 이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A씨는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사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상담을 이어갔고 다행히 마약의 늪을 빠져나와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도 갈 수 있게 됐다.
이 본부장은 "당시 대구약사회 등에서 장학금을 지원해준 덕분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다"며 "개인적인 지원에 기댈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마약 중독자의 사회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본부장은 타의로 마약을 접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여성들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본부를 찾는 젊은 여성들 분들 중 흔히 '물뽕'이라고 부르는 GHB를 클럽 등에서 의도치 않게 접해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같은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마약류 검사 시약 스티커인 'G-CHECK'를 평소에 휴대폰이나 지갑 등에 소지해 의심되는 술 또는 음료가 있으면 확인을 꼭 거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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