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으로 학폭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교육부가 12일 대입 의무 반영, 학폭 처분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등 입시는 물론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가해학생의 학폭 조치 기록·관리가 대폭 강화된 이번 대책을 두고 일각에선 가해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와 소송 급증으로 인한 학교 현장에 혼란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다시 고개 든 학폭… 가해자 불복에 따른 소송도 증가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발표한 '학폭 근절 종합대책' 이후, 학폭 피해 경험 학생의 응답률은 감소하는듯하다가 2017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피해 응답률이 감소했지만, 대면교육이 확대된 지난해 응답률은 2019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학폭 유형별로 보면 '사이버 폭력'이 2배 이상(2013년 5.4% → 2021년 11.8%), '언어폭력'이 4배 이상(2013년 5.5%→ 2021년 25.9%)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미한 사안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심의위) 상정 없이 학교에서 자체 종결하는 자체해결제를 도입했음에도 매년 증가한 것이다.
학폭 조치 결정에 불복해 가해학생들이 제기하는 행정심판 및 소송도 늘고 있다.
심의위의 조치 결정에 대한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제기 건수는 최근 3년간(2020~2022) 480건→751건→88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행정소송 제기 건수도 111건→211건→265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보존 기간 완화로 경감심 약화…보존 기간↑
그간 학폭 조치 기록의 보존 기간은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2012년엔 학폭 조치를 초·중학생은 5년, 고등학생은 10년 동안 학생부에 보존하도록 해 '사소한 괴롭힘'도 엄정 대응하는 무관용 원칙을 정립했다.
그러다 2013년부터는 고등학생의 기록 보존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이어 2014년에는 '2년'으로 축소했고 '졸업 직전 심의 후 삭제'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도 최대 2년까지 보존하는 방안이 적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보존 기간이 점차 완화되며 학폭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폭 가해학생의 조치 기록을 모든 대입 전형에 반영하고, '중대한 처분'에 해당되는 조치 기록의 보존 기간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입 의무 반영, 학폭 처분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등 입시를 포함해 취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방안들이 포함된 것이다.
학폭위 조치사항은 ▷서면사과(1호) ▷피해 학생 접촉 등 금지(2호) ▷학교봉사(3호) ▷ 사회봉사(4호) ▷심리치료(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으로 분류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위 조치(가해학생 1명에게 2개 이상 조치 가능) 가운데 출석정지(14.9%)와 학급교체(4.2%), 전학(4.5%), 퇴학(0.2%) 등 중대한 처분의 비율은 23.8%에 달했다. 처분 4건 중 1건 꼴로 졸업 후 4년간 기록이 보존되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엄벌주의' 학폭 줄이는 효과 있을까… 또 다른 부작용 우려도
정부의 이러한 '엄벌주의' 대책이 가해학생에 대한 낙인효과와 불복 절차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대입과 취업 등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학폭 기록이 지장을 줄 수 있게 되면서 소송을 통해 처분을 무력화하거나 약화하려는 시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처벌 일변도 대책이 '교육적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원장은 "보존 기간 확대는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의 미래가 볼모로 잡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불복에 따른 소송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처벌 결과를 뒤집는 데만 혈안이 돼 진정한 반성과 화해는 오히려 더 뒷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대책으로 관련 민원 및 소송에 시달리게 될 일선 학교와 시도 교육청의 혼란과 업무 부담이 더 막중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보존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된 것과 관련해선 전문대학에 진학하는지, 4년제 일반대학에 진학하는지에 따라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소년범 혹은 학교 내에서 교권침해로 징계를 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형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소년법'을 적용받는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소년원 송치를 포함한 보호처분이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년원 송치 기록은 학생부에 남지 않는데 학폭 조치 기록만 남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소년법과 학폭 학생부 기재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학교 내 다른 징계와 학교폭력 처분 간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 대책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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