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최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연합뉴스 인터뷰 기사를 본 뒤 기자는 국회 출입 때 들은 얘기가 다시 떠올랐다.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공직자 출신 A국회의원과 점심을 먹다가 들은 것인데 역대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그의 회고담이었다.

A는 YS와 DJ를 비교하면서 두 사람이 극명하게 다른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YS에게 보고를 하러 들어갔을 때 나는 그가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늘 소파였다. DJ는 정반대였다. 그는 항상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깨알 글씨로 업무 지시도 했다."

윤 전 장관의 회고도 비슷했다. "경제부총리가 보고하면 YS는 다른 생각을 했다. 표정을 보면 금방 그것을 알 수 있다. 경제수석이 아부성 발언을 해도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의 보고가 끝나도, 보고가 종료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회 청산·금융실명제 등 개혁적 결정을 내린 YS였지만 경제에 대한 무관심이 외환위기를 불렀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DJ와 관련한 윤 전 장관의 기억도 A와 같았다. "사안에 대한 정부 대응이 늦는 경우를 몇 번 봤다. 청와대 수석 중 한 명에게 왜 그런지 물은 일이 있다. 대통령이 아주 미세한 것까지 지시 사항을 내려보내는데, 이를 기다리다 보니 대응이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꼼꼼한 DJ였지만 가족 비리를 막지 못했고 임기 말에 큰 고초를 겪었다.

YS·DJ 정도의 풍부한 정치적 경험을 갖지 못한 채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야권은 술 좋아하는 대통령이라면서 업무 스타일을 이에 연결시키기도 한다. 가짜 뉴스인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까지 제기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청담동 술자리에 대해 반박하며 "도어스테핑을 준비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다 봐야 하는데 무슨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겠나"라고 했다 한다. 도어스테핑을 쉬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여전히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다는 전언도 있다. 새벽부터 국정을 살피는 대통령이 정말 맞다면 국민은 든든하다. 쓴소리도 열심히 듣는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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