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앙코르(encore)의 힘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관객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공연 자체가 좋았다고 대답하기보다 어느 한 테마나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듯하다. 대부분 엔딩곡이 공연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치는 앵콜은 프랑스어인 앙코르(encore)의 비표준어다. 앙코르는 연주회에서 청중의 갈채에 보답해 연주자가 다시 동일 곡이나 다른 곡을 추가 연주하는 일, 또는 그것을 요청하는 일을 말한다. 연주자들은 관객의 환호에 대한 보답으로 프로그램에 없는 연주를 진행하는데 보통은 프로그램과는 다른 느낌의 곡으로 화답할 때가 많다. 보통 한 곡에서 두 곡 정도 연주되는데 프로그램의 내용보다 오히려 이 시간이 더욱 알짜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또한 연주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앞서 진행된 공연과는 상반된 전혀 새로운 공연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아마도 준비된 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으로 인한 릴렉스함이 더욱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연주로 이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에서 역할에 충실하던 배우가 예능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나는 늘 앙코르 시간이 기다려지고 그들의 해방감에 함께 기뻐하며 아낌없이 호응한다.

앙코르 레퍼토리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지난 2016년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의 '우주기타 2017' 공연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수많은 영화음악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자신이 작곡한 영화 '스캔들', '왕의남자', '장화, 홍련', '괴물' 등의 OST를 주로 연주했다.

본 프로그램만으로도 진한 여운을 남겨주기 충분했으나 앙코르를 외치던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던 곡이 너무 예상 밖의 곡이어서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앙코르 곡이 됐다. 그 곡은 다름 아닌 '애국가'였다. 애국가가 전해주는 힘은 실로 대단했다. 보통 앙코르가 시작될 때는 관객석에서도 긴장이 풀어지기 마련인데 예상치 못한 곡에 대한 당황은 곧 기대감으로 변해, 오프닝 곡인 마냥 몰입하게 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 어떤 악기의 동반도 없는 담백하게 편곡된 이병우의 애국가는 90분 동안 달려온 공연의 결말이 바르게 정리되는 마음을 들게 해줬다.

앙코르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매우 중독적이다.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매너를 지키기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했던 공연이 자유로워지며 축제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앙코르는 연주자와 관객, 그리고 모든 스텝들까지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과 격려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고단했던 어제를, 힘내야 할 오늘을, 조금은 편안해지고 싶은 내일을 격려하며 서로에게 앙코르를 속삭여보자. 너는 잘하고 있다고! 내일은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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