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는 북한 일부지역과 대구경북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 별다른 관리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지역 희귀식물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영남자연생태보존회와 함께 찾은 대구 금호강변에는 보라색을 띠는 키 작은 풀이 자라고 있었다. 높이 5~20㎝의 이 여러해살이풀은 '자운영'을 닮았고 작다는 뜻에서 '애기자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털새동부'라고도 불린다. 봄에 다른 풀보다 먼저 싹을 틔운 뒤 4월부터 8월까지 향기가 진한 보라색 꽃을 피운다.
보존회에 따르면 애기자운은 북한의 평안남북도, 황해도 북부 지역에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는 중국, 몽골, 러시아 등지에도 자생한다. 한국에서는 경북 경산과 칠곡, 대구 불로동 고분군, 봉무공원, 경북대, 금호강 일대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학계에서는 애기자운의 연구·보존가치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최성철 경북대 초빙교수(식물학 박사)는 "애기자운은 일반적인 환경과는 다르게 특이환경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며 약효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종 다양성과 유전적 자원 확보 측면에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 식물이다. 애기자운이 왜 남한에서는 대구경북에서만 자생하는지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애기자운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사실상 '잡초 취급'을 받고 있다. 이진국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은 "애기자운은 키가 작은 식물이기 때문에 주변에 키가 큰 식물이 있으면 햇빛을 받지 못해 식생하기 힘들다. 결국 서식지가 퍼지지 못하고 고립돼 없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존회는 대구에서 자라고 있는 애기자운의 분포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선적으로 주민 출입을 제한해 자생지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구시 차원에서 애기자운 정밀조사를 통해 관리·보존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도 애기자운 분포 현장을 찾아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권숙열 대구시 환경정책과장은 "우선 현장에 가서 상황을 살피고 관할 기초지자체와 협의해 보호조치를 강구해 보겠다"며 "당장 보호종 지정은 어렵더라도 훼손이 안 되도록 안내를 한다거나 캐가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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