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 장애를 갖고 있다. 이석증을 앓으면서 시작된 어지러움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까지 영역을 확장 시키더니 급기야 나는 일상 생활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나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책을 발견했다. 읽고 나면 후회와 자책, 더 잘해야 된다는 압박으로 나를 짓누르는 자기계발서가 아닌 바로 김연수의 단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이 책은 미래를 잘 '기억'했을 때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8편의 '이야기'를 통해 말해준다. 각 작품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다음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절망에 빠진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진주의 결말>에 나오는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결말은 똑같다. 다만 어떤 징검다리를 거쳐 그 결말에 이를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라는 책 속 문장처럼 은희경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상처받고 실패한 최근의 우리가 스스로 그 처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소설, 그래서 문학이 두렵고 좋다'라고 했다.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운명이 아닌 내 의지라는 것을 조곤조곤 이야기를 통해 들려줄 때 나는 무방비 상태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김연수의 글은 너무나 서정적이지만 무방비 상태의 뇌를 휘몰아치듯 타격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한번, 머리로 한번 읽어야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이 계속해서 터져나왔지만, 무지랭이인 나는 한번에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다. 뒤편의 해설과 작가의 말까지 꼼꼼히 읽어보고 또 한번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한 후에야 왜 이 책이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말은 낯설다. 나에게 미래는 예측불가능한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티고 버티다 넘어졌을 때 가만히 누워 있으면 그 위로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 세컨드 윈드(p.60). 삶에 완전히 KO패 당했을 때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닌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새바람이 '나에게로' 불어온다. 그 새바람을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더욱더 현실에 충실히 살아갈 때에 미래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김연수는 메리 올리버의 「골든로드」의 시 한구절을 들려준다.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빛으로 가득 찬 이 몸들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들 듯, 그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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