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멸하는 지방 외면한 채 예타 완화 비판한 수도권 언론들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에서 1천억 원으로 올리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자 수도권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용, 포퓰리즘을 들먹이며 앞다퉈 비판 사설과 기사를 쏟아냈다.

1999년 국가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는 지방의 국책 사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제성 중심의 비용과 편익 분석에 매몰되면서 고령화와 저출산, 수도권 인구 유출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은 예타에서 불리하다. 기계적으로 예타를 적용하다 보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국가 재정의 수도권 편중, 지방 빈곤 현상을 고착시켰다. 예타 통과 사업 규모는 압도적으로 지방보다 수도권 비중이 높다. 오죽하면 예타를 두고 지방엔 '통곡의 벽', 수도권엔 '마법의 방망이'라는 말이 나오겠나.

예타 때문에 숙원 사업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지방 입장에서는 24년 만에 예타의 높은 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진 것은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수도권 언론들은 생존 기로에 선 지방 형편을 외면한 채 예타 기준 완화를 성토하고 나섰다. 공항 문제 등 툭하면 지방을 비판하는 수도권 언론들의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예타 운용 지침에 규정돼 있는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균형발전 수요, 즉 지역 특수 수요가 반영돼 글자 그대로 '타당한 제도'가 돼야 한다. 예타 대상 사업이 지방 발전을 좌우할 대형 사업, 국책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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