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기후·정의·파업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달 6차 보고서를 최종 승인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했고, 현 추세로는 2030년대 1.5도 이상 상승하게 된다. 이는 갓 태어난 아이들이 생의 대부분을 2~4도 상승한 지구에서 살게 되며 극단적 날씨와 식량난, 그리고 바이러스 이상 증식이 가시화되는 지금보다 더 참혹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지난 1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2030년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한다. 대단한 목표 같지만, 2021년 10월 UN에 제출한 국가기여도(NDC)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사실상 후퇴다. 산업 부문의 부담을 낮추고(14.5%→11.4%) 에너지 전환, 국외 감축, 온실가스 저장기술을 통한 감축분을 늘렸다.

에너지 전환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10만 년간 관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국외 부문과 탄소 포집 기술을 통한 감축이 계획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그러니까 정부는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낙관적 기대치를 높이고 원자력발전의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다음으로 미루는 것을 '계획'한 것이다. 계획의 부실함을 정부도 알고 있었는지, 공청회 불과 하루 전 초안을 공개해 시민 참여를 어렵게 했다.

같은 날 유희동 한국기상청장은 국회토론회에서 지난 8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매 10년 0.07도 오를 때 한국은 0.2도 상승했으며, 최근 3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12도 오를 때 한국은 0.21도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의 평균기온 상승폭은 지구 평균의 2~3배로, 아열대기후 지역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도 기후 변화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벚꽃이 3월에 만개하고, 가뭄이 길어지고, 10월까지도 에어컨을 켠다. 예상치 못한 폭우나 폭설로 도심이 마비되고 산불이 끊이지 않는다. 2022년 한국 구글 검색어 중 빈도수 1위를 차지한 단어가 다름 아닌 '기후변화'였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국민들은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서운 경고는 차고 넘친다. "다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다 죽는다."(collective action or collective suicide)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의 말이다. IPCC의 과학자들은 파국을 막을 골든타임은 앞으로 10년뿐이라고 호소했다. 유희동 기상청장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한국의 기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민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중대하고 긴급한 시점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쇄해야 할 판에 석탄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승인하고, 해외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과 같은 대형 토목 건설사업을 축소하고 규제하기는커녕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준다. 국민들,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대책도 없이 극단적 날씨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데, 정부는 경제성장을 내세워 실상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 참으로 부정의하다. 바로 어제, 세종정부청사. 어렵게 일상을 멈춘 시민들이 기후정의를 위한 파업에 동참했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며 절규했다. 부디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구적 책임을 감당하라. 기후정의를 내팽개치지 말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